노란리본 보더니 비아냥... '그래도 기억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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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10년의 사람들 ⑩] 4·16재단 국민발기인 박강희·김우철씨

같은 일을 겪고도 기억이 다를 때가 있다. 어떤 기억은 아예 잊히거나 기억한대도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기억만큼은 모두 선명하게 기억한다. 11월 18일 부천에서 만난 4·16재단 국민발기인 박강희·김우철씨가 기억하는 '그날'이 그랬다.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큰 행사를 해요. 그때가 딱 첫날이었어요. 준비할 게 많아서 아침에 나가려고 하는데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다 구조됐다고. 그런데 행사장에 도착하니 뉴스에서 아이들이 죽었다는 거예요. 갑자기 축제도 취소되고 행사도 조촐하게 진행하기로 했어요. 행사 때문에 경황이 없기도 했지만 마음이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처음에는 '진짜? 사실이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를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기억을 꺼낸다. 뉴스를 보고 당황했고 잠시 후 전원구조라는 소식에 안도했다가 다시 절망했던 그날의 기억. 비현실적인 상황이 믿기지 않았던 강희씨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세월호 집회에 나섰다. 동네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일 일이 있을 때마다 세월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같이 분노하던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순간 멀어지는 걸 느꼈다."이제 그만하라 그러더라고요.

" 어릴 때는 사실 얘기하기가 조심스러웠어요. 아이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는데 안산 기억교실을 방문했는데, 엄마 아빠가 둘 다 엉엉 우니까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걱정했죠.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잖아요. 어느 날 가온이가 악몽을 꾸기도 하고 배 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2~3년은 아이들이 트라우마가 생길까 집안에서는 최대한 그런 영상을 보지 않도록 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도 매년 4월에 세월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4월 16일이 다가오면 아이들 가방에 리본을 하나씩 달아서 학교에 보냈어요." 노란 리본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우철씨는 자신도 늘 달고 다니려고 노력한다. 집 대문에도 차에도 아직 노란 리본이 붙어있다. 가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유가족인지를 묻는다. 이제 그만 좀 하라며 그의 가방에 달린 리본을 떼려는 사람도 있었다. 혹은 '관종'이냐며 비아냥거리는 이도 있었다.

"지금도 뭘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닌데 '작게나마 행동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세월호 이후에 주변을 돌아보게 됐어요. 뉴스를 보면 결국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가 죽지 않아도 될 일에 자꾸 죽어 나갔단 말이에요. 답답하지만 아직은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회가 생기면 노력해요." 10년은 짧지 않다. 두 사람의 말처럼 '직접 관련없는 사람'들이 세월호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얘기할 사람이 없다고 느껴졌고 세상이 달라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4·16재단에서 열린 발기인 모임에 참여했다.

"갑자기 가온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막 우는 거예요. 엄마 아빠에게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막연히 듣기만 했는데, 직접 보니까 마음이 좀 그랬나 봐요. '엄마, 세월호가 이런 일이었어'라며 말을 못 잇더라고요. '그래, 이런 슬픈 일이 또 일어나면 안 되겠지'라고만 했어요." 가온누리 가족은 지난해 부천 송내도서관에서 준비한 추모 행사에 다녀왔다. 청소년 센터에 속한 청소년들이 직접 준비한 행사였는데, 가온이와 누리 또래의 아이들이 세월호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의미 있었다. 세월호참사가 10년 전의 일이 아니라는 걸 이태원참사로 다시 느꼈기에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사회적 안전과 관련한 고민을 이어가며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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