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5주년을 맞는다. 연말이 되면 등장하는 '창작산실'이 올해도 서막을 올렸다."믿고 보는 공연예술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이 브랜드를 기대하는 마니아층은 줄을 잇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는"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 등 6개 장르에 걸쳐 총 28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고 전했다. 새해 첫날부터 오는 4월 1일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연이어 공개된다. 그중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이 '창작산실'의 스타트를 끊었다. 1월 1일부터 2월 26일까지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장기 레이스에 돌입하는 은 이 질문을 던진다.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기에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던졌을까. 하지만 공연은 유쾌한 청춘 코미디를 표방한 창작뮤지컬이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기에 앞서 공개된 드레스리허설을 참관할 수 있었다. 2023년 새해에 맞춰 개막하려는 의도는 아마도 단체명과 연관짓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최종 리허설은 2022년을 마무리하는 막날에 열렸다. 마지막이라는 압박감인지 몰라도 배우의 옷 매무새까지 세심하게 다듬을 정도로 오랜 준비과정을 반복했다. "제주도에서 파리까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저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라는 평을 듣자 작가는 먼저 가본 자신만 따라오면 된단다. 온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여행작가로 소개하며,"인생은 여행"이라는 이디엄으로 세상 속에 갇혀 살고 있는 청춘들을 어지럽게 만든다.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를 소개하지만, 그는 이야기 거리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뿐이다. 심지어 그가 사는 곳은 중고가전 제품을 파는 상인의 스피커 소리에 묻히고, 고된 작업을 마치고 술기운을 빌어 넑두리를 늘어놓는 취객에 뒤섞일 정도로 혼잡스럽기 그지 없다. 집중과 몰입이 불가능한 곳. 작가의 진심은 이곳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급기야 의사와 상담을 하지만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던 의사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사랑만이 해결할 수 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동시대 청춘들의 이야기가 슬프게 전개된다. 아파도 아무렇지 않은 척, 슬퍼도 행복한 척, 좋아도 아닌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 등 자신을 철저하게 숨긴채 '척' 만 내세우며 말이다. 여행작가인 척하면 살아가야 하는 오영원, 해코질 당할까봐 여자임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 한아름. 거짓말에 둘러싸인 이들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근심에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다. 각자의 소음을 담고 살아가는 다른 듯 닮은 인물을 통해 불안한 미래지만 서로를 위로하며 희망을 찾는 과정이 전개된다.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고 있는 작가의 사이트는 '오작가의 팩트트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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