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새빌'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선 들어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름이겠지만, 영국에선 20세기 후반의 대중문화를 지배하다시피 했거니와 권력층의 핵심과 다름없는 행보를 보인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영국 미디어의 간판 BBC의 아이콘이었기에 모든 영국인의 추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테다. 유명세를 이용해 자선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기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미 새빌이 살아생전 그를 둘러싼 수많은 성범죄 의혹이 있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건 '아동성도착증' 의혹이었다. 모든 영국인이 좋아라 하는 지미 새빌이 아동성도착증이라니?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믿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살아생전 의혹들은 철저히 숨겨졌고 가려졌다. 그리고 그가 죽은 2011년으로부터 1년여 후 ITV의 다큐로 진실이 폭로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는 모든 영국인에게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긴 영국의 국민 슈퍼스타 지미 새빌의 삶을 다뤘다. 모든 이의 삶이 특별하겠지만, 그의 삶이 특별했던 건 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가 사상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는 살아생전 영국의 자랑이었지만 죽은 후엔 영국의 수치로 전락했다.
지미 새빌의 행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패셔니스타로서도 명성을 날렸고 말 많은 익살꾼으로서도 명성을 날렸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전국 곳곳에서 자선사업을 대대적으로 이끌어 내 모든 이의 존경까지 받았다. 인기, 명성, 존경까지 얻었으면 다음엔 무엇이 뒤따르겠는가? 바로 권력이다. 지미 새빌은 폭발적이고 안정적인 인기와 명성을 바탕으로 자선사업을 벌였고 꾸준한 자선사업으로 기사 작위를 받기에 이른다. 그 전부터 영국의 핵심 권력층과 두터운 신뢰를 쌓았는데, 행정부의 수장 대처 총리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왕실에선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특히 친했다고 한다. 그녀의 소개로 찰스 왕세자와도 특별한 관계를 쌓은 건 물론이다.
이쯤 되면 영국에서 지미 새빌을 대적할 자 또는 건드릴 자는 아예 없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일반 대중부터 고위급 정치 인사들까지 누구나 지미 새빌과 가까이 지내고자 혈안이었다. 한없이 좋은 이미지였던 그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 자체가 좋은 이미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죽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든 지미 새빌을 지우지 못해 혈안이 될 것이었다. 2011년 10월 29일 지미 새빌이 죽고 40여 일 후인 2011년 12월 7일 BBC의 탐사 프로그램 으로 지미 새빌의 성범죄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는 폭로가 있을 예정이었지만, BBC가 하필 지미 새빌 헌정 프로그램을 방송한다는 이유로 방송을 취소해 버린다. 그리고 10여 개월 후 BBC의 라이벌 ITV에서 으로 방송되며 폭로되었고 이 파장은 영국 전역으로 확산된다. 지미 새빌은 거의 모든 영국인을 수십 년간 속여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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