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학습·추론용 반도체로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1년 전 238달러 수준이던 엔비디아 주가는 4일 종가 기준 825달러까지 상승했다. 작은 그래픽카드 회사로 출발한 스타트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된 배경은 뭘까. 이 같은 성장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시 엔비디아는 사각형 폴리곤으로 3D 효과를 내고, 기술적으로는 포워드 텍스처 매핑이라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었다. 또 일본의 세가의 지원을 받으며 세가의 게임 콘솔 ‘세가 새턴’의 다음 제품에 들어갈 ‘NV2’를 개발 중이었다. 당시 세가 새턴용 3D 게임이었던 버추어 파이터나 툼 레이더, 버추어 캅 등을 보면 캐릭터나 배경을 구성하는 폴리곤이 사각형으로 이뤄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세가의 차기작에 들어갈 NV2 역시 사각형 폴리곤과 포워드 텍스처 매핑을 지원하는 제품이었다.문제는 당시 3D 그래픽의 대세가 삼각형 폴리곤과 역 텍스처 매핑방식으로 기울고 있었다는 것. 특히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운영체제인 ‘윈도’에서 3D 그래픽을 담당하는 다이렉트X에 삼각형 폴리곤만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엔비디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세콰이어캐피탈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엔비디아는 세가와 결별하고 NV2를 폐기한다. 세가의 자금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됐고, NV1와 NV2까지 실패했다. 당장 회사 문을 닫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엔비디아는 당시 직원 100명 중 절반 이상을 해고하고 남은 돈 다 털어 삼각형 폴리곤과 역 텍스처 매핑을 지원하는 새로운 그래픽 카드를 만든다. 이렇게 나온 ‘리바 128’은 출시 4개월 만에 100만개 팔리는 성과를 냈다.엔비디아가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바로 반도체 생산공장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텔, AMD 등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은 팹을 갖고 있었다. 반도체 설계부터 제작까지 자체 운영하는 이런 회사를 종합반도체업체라고 부른다. 다만 반도체 제작 공정에는 상당한 자금이 들어간다. 먼지 하나 없는 클린룸에,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넣는 노광기 같은 각종 반도체 장비 등 설비를 들이는데만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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