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한 주 앞둔 지난 주말, 장모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항암치료를 받는 장인어른이 아무래도 구정쯤 병원 입원 스케줄이 잡힐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경북 문경에 오지 말고 그 전에 서울에 갈 예정이니, 서울에서 다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지난 16일 월요일 저녁에 처남과 처남댁까지 모두 함께 모여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우리 집에 모두 모여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내와 나는 무거운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장인어른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강 상태가 호전되어 예정대로 항암치료를 받게 된 것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명절 당일에 아이들과 병원을 찾아가 장모님이라도 모시고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 말에 조금이나마 아내의 얼굴이 퍼졌다. 2년 전 처가댁이 서울에서 문경으로 이사 간 뒤로 명절 때마다 방문했었다. 산속의 조용한 곳이라 아이들도 마음 편히 뛰놀 수 있었고, 맑은 공기에 숨통이 확 트였다. 자주 뵐 수 없기에 그 시간을 더 밀도 있게 보내려 노력했다. 가까이에 오래 살았던 장인, 장모님이 멀리 떠나고, 더구나 최근에 장인어른의 건강이 좋지 못한 후론 아내의 근심과 그리움은 늘어나는 눈치였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는 큰집에서 각자 명절을 보내자고 하는 바람에 제사가 사라졌다. 본가에 가서 저녁 식사만 하고 오면 되었다. TV에서만 보았던 명절 기간 여행도 가보았고, 마음 편히 처가댁이 있는 문경에도 다녀올 수 있었다. 명절 스트레스가 점차 사라지니 나 또한 그쯤만 되면 느꼈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솔직히 '이번 명절엔 어디로 떠나볼까' 하는 행복한 생각에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예기치 않은 장인어른의 입원으로 인해, 평소에는 그저 편하게만 생각했던 명절의 여유가 마냥 즐겁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누군가는 우리처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회사 일이 바빠서 명절에도 일해야 하거나, 자영업 경우 월세나 인건비 걱정에 쉴 수 없는 곳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교대 근무해야 하는 경찰, 소방 공무원들도 그 기간에 근무가 있으면 고향에 갈 수 없다.
그분들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에 놓이고 나니, 이전엔 그저 당연하게만 여겼던 명절 연휴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을 오롯이 누리면서도, 때론 불평도 많이 늘어놓았던 과거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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