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박 7일 머물렀던 바르셀로나 에어비앤비 숙소를 떠나는 날이다. 중심가인 카탈루냐 광장에서 도보로 6~7분 걸리는 아파트형 숙소는 깔끔하면서도 가격도 적당했다. 근처에 카페와 식당, 마트와 쇼핑센터까지 생활하기에도 편리했다.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맡기고 바르셀로나 대성당으로 향했다. 입장권을 사서 성당 안으로 들어가 전망대부터 갔다. 성당 지붕은 곳곳이 공사 중이고 공사 중인 건물은 뭔가 어수선하다. 철제 비계가 여기저기 걸쳐 있고 사람들은 철제 안전 바를 잡고 다니고 있다. 안전 바가 있어도 워낙 높은 곳이라 심장이 살짝 심장이 쫄깃거린다. 눈을 들어 보니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이 보인다. 파란 하늘에 얇게 펼쳐진 솜처럼 흰 구름이 깔려 있다.바르셀로나 대성당은 높이 치솟은 첨탑으로 알 수 있듯이 고딕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이다. 며칠 전 고딕지구 야간 투어를 하면서 설명을 들었는데,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골목에서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한 무리의 여성들이 쏟아져 나온다. 청년 여성들이 깃발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내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들은 순식간에 지나가서 어떤 이슈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아쉬웠다. 다만 보라색 옷을 입고 있는 여성들을 보며 젠더 이슈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점심으로 타파스를 먹었다. 스페인의 특별한 메뉴 타파스, 언제 또 먹을까 싶어 아쉬운 마음으로 음미하며 먹었다. 한입에 먹기엔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베어 먹는다. 그러다 보니 접시에 흘릴 수밖에 없다. 먹는 방식은 그다지 깔끔하지 않지만 겉바속촉의 바게트 위에 그 어떤 것을 올려 두어도 혀 끝의 미뢰는 환호를 터뜨리게 된다.
CCCB 내부로 들어갔다. 강렬한 빨강의 벽에 인쇄된 카툰이 전시되어 있다. 걸개그림으로도 걸려 있고 바닥에도 깔려 있다. 반사될 정도로 청명한 파란색 작은 방에는 카툰 영상이 상영되고 있고 바닥에 편하게 앉아 시청할 수 있도록 쿠션도 놓여 있다. 전시장의 색감과 전시물의 설치가 너무도 흥미롭게 배치되어 있어 연신 감탄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보는데 내용이 다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작품은 뚜렷이 기억에 남는다.전통적 규범을 벗어난 성별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작품도 있고, 폭주하는 인간의 삶으로 인해 지구에 더 이상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은 작품도 있다. 어찌 보면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는 카툰으로 표현하며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 같다. 강렬한 색감과 세련된 배치, 그리고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들이라 그런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2023년 4월 5일 출국해 5월 18일 입국했다. 6주 동안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의 여러 도시들을 다니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여행기를 쓸 계획은 없었다. 단지 기억해 두고자 매일 밤 약간 메모를 해 두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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