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 참사 한 달여 전 발생한 서울 장위동 철거 건물 붕괴 사망 사건도 부실한 안전조치가 부른 인재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발생 당시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밝힌 철거업체 측 설명과 달리 미흡하게 작성된 해체작업계획서에 담긴 지시사항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4월30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돼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철거업체가 해체작업계획서를 미흡하게 작성하고, 잭서포트 설치 등 안전조치를 계획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 잭서포트는 바닥 슬래브가 하중을 떠받치도록 위층과 아래층 사이에 설치하는 지지대를 말한다.공단은 지난 달 4일 발표한 건설업체들 대상 교육자료에서 ‘건축물 철거·해체 공사 중 붕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건축물 철거 전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실시해달라’고 당부했다. 공단은 이 자료에서 ‘2019~2021년 건축물 철거해체공사 사망사고 현황’을 보여준 뒤 장위동 사고 원인으로 ‘작업계획서 미작성 및 안전조치 미실시’를 지목했다.
사고 당일 철거업체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잭서포트를 설치해 붕괴가 일어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업체는 잭서포트 등 설치를 작업계획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잭서포트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계획서대로 하중을 견딜만큼 충분히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노동자 A씨는 지난 4월30일 오후 3시35분쯤 장위10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건물 철거 작업을 하던 중 지상 3층에서 지하 3층으로 추락했다. 건물 중앙부 105㎡가량의 면적이 4층부터 붕괴되면서 4층 굴착기에 주유를 하기 위해 3층에 있던 A씨가 건물 잔해와 함께 지하로 떨어진 것이다. 4층 외곽부에서 일하던 다른 작업자 7명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다음 날 오후 4시40분쯤 수색 25시간만에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붕괴된 건물은 지상 9층, 지하 3층짜리 주상복합건물로, 4월12일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철거 19일차에 지상 4층을 철거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 숨진 A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해당 철거업체에서 한 달가량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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