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이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초 개인 휴대전화로 네 차례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다.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건 지난해 8월 2일은 임성근 해병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기록을 경찰로 이첩했던 날이다. 이날 해병대 수사단이 기록이첩을 마친 시각은 오전 11시 50분께, 이로부터 17분 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첫 번째 전화가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가 있던 이종섭 장관에게 걸려왔다. 윤 대통령이 2012년부터 사용했던 개인 휴대전화였다.
그럼에도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장관이나 법무관리관이 대통령실로부터, 대통령실의 어떤 누구에게 전화 받은 것이나, 문자나, 메일을 받은 적 없느냐"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이 문제와 관련해서 문자나 전화를 받은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안보실 누구하고도 이 문제 가지고 이야기한 적은 없고..."라고도 했다.이후 이 장관은 지난해 9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와서도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VIP 격노설'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과 통화한 적 있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VIP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녹취 파일을 확보하고, 관련자들의 추가 진술을 확보하자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KBS에 출연해"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격노하면 안 되나. 격노한 게 죄냐"고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격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의심 받고 있는 외압 의혹을 규명하자는 것인데, 엉뚱하게 대통령 격노의 정당성을 설파한 셈이다. 이 고위관계자는"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야단도 칠 수 있고, 재발 방지 요청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또 지난해 7월 31일 예정된 브리핑을 취소하고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던 당시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전화로 이 장관에게 연락한 것은 대통령이 아닌 참모였다고 설명했다.
또 휴가 중인 대통령이 보안에 취약한 개인 휴대폰으로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국방부 장관에게 국제전화를 건 것은 고도의 기밀이 요구되는 대통령 직무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부적절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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