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마는 나를 '개코'라고 불렀다. 엄마가 부엌에서 뚝딱대고 있으면 뭘 만드는지 냄새를 통해 단번에 알아맞혔기 때문이다. 나는 일생이 무딘 아이였는데 유일하게 예민한 것이 바로 후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백화점 냄새였다. 달큼하고도 머리를 '띵' 하게 하는 백화점 1층의 화장품 냄새, 새 옷과 가죽 신발 냄새로 가득한 2,3층의 냄새, 또 각종 음식 연기들이 자기들끼리 충돌해 만들어내는 지하 1층의 냄새까지... 도시의 냄새는 참 복합적이면서도 치열했다.어느 순간, 나는 그 냄새에 익숙해져 갔다. 아니, 오히려 그 냄새를 더 맡고 싶어서 수집을 하기도 했었다. 도시의 냄새를 묻히고 여기저기를 활보하는 것도 참 좋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갑자기 그런 향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던 남자가 어느 날 이유 없이 꼴 보기 싫어지는 것처럼.
최근 우리 집 거실은 아이들 글쓰기 교실로 탈바꿈했다. 가정에서 지도하다 보니 청결만큼이나 냄새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학생들이 오기 전에 냄새나는 음식이나 간식을 먹지 않고 환기에도 상당히 노력을 기울인다.그런데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생활 냄새는 나의 고민거리였다. 대안으로 디퓨저를 사서 놓았더니 아까 말한 것과 같은 부작용이 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시트러스 향, 크리스피 향... 말도 어렵게 붙여놓은 별별 비싼 향들도 내 콧구멍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내 앞엔 뭉툭하고 노란 열매가 빼곡히 달린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바로 모과나무 였다. 떨어져 있는 모과를 주워서 코에 살짝 대보니 '그래. 바로 이 냄새였어' 하는 종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자연 각각의 개체들이 각자의 달콤함을 조금씩 모은 향을 모과가 품고 있는 듯했다.나는 집에 오자마자 모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어렵지 않게 인터넷에서 모과를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모과청 혹은 모과차를 담그는 용도로 많이 사는 모양인데 나는 방향제 용으로 샀다. 가격은 더 더 향기로웠다. 한 박스에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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