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리가 없는 안쓰러운 상처한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아고맙습니다, 당신들 덕분이에요 약할 대로 약해진 발목 탓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게 전부인가 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김비 제공 작년 봄, 한라산에 올랐다가 발목을 크게 다쳤다. 정상까지 오를 생각도 아니었으니 정상까지 가닿지도 못했는데, 내려오다가 고꾸라지고 말았다.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느냐는 물음에 간단히 대답하자면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그때의 그 사고가 제대로 앞만 바라보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었을까 나는 궁금해진다. 미묘한 불편함 문신처럼 새겨지다 계약된 책 작업 때문에 집을 나섰으니 따지고 보면 그 시작은 먹고사는 일 때문이기도 했고, 우울증이 심했던 신랑이 등산로의 듬성듬성한 나뭇가지 너머로 자꾸 사라져 뒤를 돌아보게 했으니 신랑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일이었다.
못 배우고 무식한 어미를 만난 탓에 네가 이렇게 되고 말았지, 이제는 펴질 리 없는 내 오른팔을 쓰다듬으며 오래도록 자책한다. 나에게는 그런 몸이 또 하나 있다. 성확정 수술을 두고 이제는 여러가지 증언이나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한 영상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나는 자주 그러한 기록들이 충분한가 되묻곤 한다. 울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억지 눈물을 쏟으며 그 시절을 토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청승맞고 힘겨웠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억압에 다시 또 우리의 삶을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오류를 반복해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을 뿐이다. 타고난 나의 몸이 무슨 이유로 불편함이 되었는지 물론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는 그 몸이, 어쩌다가 나에게는 그런 몸이 되어버렸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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