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마디에 무너진 자존심... 나는 '거품'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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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쓰는 택배 이야기] 택배기사로 일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다

목사가 택배기사로 일한다는 게 처음부터 익숙했던 건 아니었다. 나는 1993년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바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 일로부터 최근까지 목회 일 외에도 시민단체 실무자 일을 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교회 밖의 경험을 별로 할 기회가 없는 일반 목회자에 비해 사회에 대해 더 유연한 인식과 자세를 갖게 해 준 것 같다.

이때 부르는 호칭이 모두 '아저씨'다. 그럴 때는 나도 심사가 뒤틀려 처음에는 제법 다투기도 했다. 물론 돌아서면 한없이 후회한다. 아니, 목사랍시고 여기저기서 좋은 설교를 해댔던 내 실체를 고발당한 것 같아 누가 뭐라지 않아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빠는 택배 일하면서도 목사라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지금은 택배기사라는 걸 인정하고 일하면 좋겠어. 나는 아빠가 택배기사로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게 자랑스러워." 20년 전만 해도 주인을 '어이' '이봐'로 부르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 '아저씨' '아줌마'를 거쳐 이제는 '사장님' '이모' '삼촌'이 일반적이다. 호칭을 바꾼다는 건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지금은 보통 강심장의 갑질 전문 손님이 아니고는 주인에게 하대하며 반말 조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손님을 거의 보기 힘들다. '기사님', '사장님'이라고 부르면서는 말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목사가 자기들 가까이에서 자신과 같은 일을 한다는 게 힘이 된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은 힘들어도 그들에게만은 가능한대로 잘 웃고 격려가 되는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한 게 지난번에 쓴 커피 나눔이었다. 그러나 나는 사실 동료들의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 그들은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택배 도사들이다. 10년은 보통이고, 20년, 30년 한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런 분들 앞에서 신출내기 초짜가 얼마나 어설프고 모르는 게 많았을까? 가장 중요한 앱의 사용법, 물품 분실과 파손 등 사고처리법, 민원 대처법 등 잘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물었고, 그들은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고 시간 내어 일일이 보여주었다. 덕분에 나도 빠르게 익힐 수 있었고, 또 다른 후배 기사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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