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경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길"이라고 말하는 조천현 작가는 1997년부터 북중 접경 지역 압록강 너머 북녘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왔다. 그에게 압록강은 자연과 인간,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런 그가 '뗏목'에 집중했다.뗏목은 하천의 흐름을 이용해 떼로 엮어 운반하는 목재를 일컫는다. 조 작가는 2004년, 말로만 듣던 '뗏목'을 압록강에서 처음 봤다. 물길을 따라 그저 흐르는 뗏목, 북한 사람의 정감이 묻은 뗏목꾼의 매력에 압도된 그는 무려 19년 동안 압록강을 드나들며 뗏목의 찰나를 포착했다.좀 더 일찍 작가와의 만남을 갖고 싶었으나 중국 전시회 일정으로 지난달 25일에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전주에서의 북토크 이후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1960년대 초까지는 한강에도 뗏목이 있었다고 해요.
한국 사람이라고는 굳이 언급하지 않지만, 그쪽도 제가 한국 사람인 건 느낌상 알 거예요. 한 번은 뗏목꾼이 '어디서 왔어?'라고 해 '마포'라 소리쳤어요. 웃으면서 서로 더는 묻지 않았죠. 정치적으로 엮이면 곤란하니 서로 그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일상 대화만 나눴어요.""마을 주민이 탈북자로 신고해 공안에게 붙잡힌 적도 있어요. 최대한 조선족의 차림과 비슷하게 해요. 나름의 위장을 한 뒤 무작정 기다리죠. 뗏목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날이 저물든 밤이 새든 할 것 없이요."조 작가는 개인 작업을 하기 전 다큐멘터리 PD였다. 탈북자 취재 임무를 받고 떠난 길에서 지나칠 수 없는 광경을 맞닥뜨렸다. 식량난에 죽은 북한 여성들이 물 위에 떠다니는 걸 목격한 것이다.
솔직하다 보니 서로의 생활을 나누며 정이 쌓이죠. 그들의 집 마당은 사람 사는 맛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작물이 심기고 자라 오목조목 예뻐요. 제 사진을 보세요. 거기엔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없습니다. 이념이나 정치로 묻을 수 없는 나와 비슷한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쉽진 않죠. 혼자 하는 작업이라 가능했어요. 어느 단체에 속하면 그만의 장점도 있겠지만, 어느 한쪽의 이념에 이용당할 위험성도 있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건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라 혼자의 길을 택했어요.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죠. 거의 한 달에 보름은 중국에 있습니다.""제가 쓰는 장비가 여럿인데 그때마다 다른 게 필요해요. 비디오가 필요한 순간 캠코더가 없으면 무릎을 치는 거죠. '이럴 줄 알았으면 가져올 걸' 하면서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최대한 모든 장비를 다 가져가요. 그러다 보니 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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