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 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역사와 사회, 물리학 등 모든 인문·자연과학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영화의 줄거리를 쉽사리 따라가기 어렵지만, 끝내 인간미와 온기를 잃지 않는다. 놀란 감독의 신작 역시 인간미가 넘쳐난다. 처음 영화관에서 보고 한 번만 보기에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넷플릭스에 공개돼 'N차' 관람 기회를 얻었다. 이제야 이 영화를 주제로 리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오펜하이머는 전쟁 영웅으로 추앙 받았다. 미국 군부는 물론 시민들, 특히 전쟁터에 자식을 내보낸 부모들은 원자폭탄이 전쟁을 끝낸 일등공신이라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이토록 '귀한' 무기를 오펜하이머가 개발했으니, 전쟁 영웅으로 등극한 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킬리언 머피가 쌓아온 이력은 매카시즘 광풍에 휩쓸려 마녀사냥 당한 오펜하이머와 잘 겹친다. 실제 영화 속 킬리언 머피는 거의 매장면 얼굴을 내밀며 오펜하이머의 내면에서 요동치는 고뇌를 제대로 표현해 낸다. 이밖에 루이스 스트로스 제독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대배우 케네스 브래너, 이어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조쉬 하트넷, 라미 말렉 등 반가운 배우들도 잇달아 등장한다. 이 영화는 올해 3월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작품성으로 보나 배우들의 연기로 보나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플러스 알파'가 분명 존재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먼저 미국 정부는 1953년 12월 오펜하이머의 '보안등급'을 낮춰 비밀문서 접근을 차단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직접 통보했다고 전한다. 이러자 오펜하이머는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보안등급을 심의하는 청문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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