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0년에 걸쳐 기획한 인권 기행 도서 를 출간한 박래군을 인터뷰했다. 당시 그는 만 60세가 되면 은퇴하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박래군은 이제 만 61세가 되었지만 은퇴는커녕 바쁘기만 하다.
"분명 그렇다. 어쨌든 11년에 걸친 작업인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고, 현장을 다니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도 있다. 처음엔 '이 사건'을 잘 이야기하고, '이 장소'를 잘 보여주는 것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책 작업을 위해 현장을 여러 번 방문하다보니 이 사람들이 '그때 억울했던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아찔할 때가 있었다. 혹자는 그 사람들을 두고, 그저 자기 문제를 풀기 위해서 싸운 건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역사를 들여다보면, 거대한 권력으로부터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통해 인권을 진전시켜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관점이 변하면서 책 내용도 좀 더 풍성해지지 않았나 싶다.
이번 방문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한국교회의 모습이었다. 형평운동이 시작되기 훨씬 전, 진주교회에서 일반인과 백정이 함께 예배를 본 최초의 사건이 있었다. 신분제가 공고했던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그 교회 한편에는 동석예배를 기념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 교회 정문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과거 차별에 저항하며 백정과의 차별을 없앴던 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아이러니를 보면서, 교회가 자랑하는 인권운동의 역사는 어디쯤에서 실종된 걸까 싶어 씁쓸해지더라.""흔히 민주주의를 일컬어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지 않나. 인권도 그렇다. 피를 먹고 생겨났고, 피를 먹고 자랐다. 그런데 그렇게 흘린 피가 너무 많다.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터인 거창 지역의 박산골을 방문했을 때, 안내해주시던 선생님의 설명 중 한 대목이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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