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아기를 낳다가 사망한 산모는 389명. 만혼·노산·시험관·식습관 변화로 고위험 임신 비중은 늘고 있지만, 분만 인프라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100일 동안 모성사망 유족 13명, 산과 의료진 55명의 이야기를 통해 산모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붕괴가 시작된 의료 현장을 살펴보고 안전한 출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고민했습니다.지난달 12일 경기 평택의 산부인과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김영식 원장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7년 전 한 산모에게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한 뒤 그의 삶은 가시밭길로 접어들었다. 그는"할 수만 있다면 당장 병원 분만실 문을 닫고 싶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경기 평택시에서 산부인과를 운영 중인 김영식 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진료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다.
12억 원이라는 큰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그의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법원 사람들이 들이닥쳐 방은 몇 칸인지, 세입자들은 살고 있는지, 가구는 뭐가 있는지 꼼꼼히 조사했다. 갑작스럽게 추락한 삶의 변화에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주변에서 건네는 위로의 말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다."저 의사가 수술한 아이가 뇌성마비 걸렸대"라고 손가락질이라도 당할까 봐 두려웠다.그는"아이와 부모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의사들이 이런 식으로 소송 위험에 내몰린다면 앞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은 씨가 마를 것"이라고 말했다.김영식 원장의 진료실엔 월별 당직 근무표가 붙어 있다. 김 원장은 일주일에 2, 3회씩 야간 근무를 서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형광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날이 김 원장의 당직 일이다.
산과 의료소송은 개인병원 의사들에게 특히 타격이 크다. 상급종합병원에선 병원과 변호인이 함께 소송에 대응하지만, 개인병원에선 의사 혼자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전 변호사는"소송 스트레스로 병원 문을 닫거나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의료사고 수사단계에서 자살하는 의사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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