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포항발 서울행 KTX를 탔다. 기차는 동대구역에서 진주발 기차와의 연결을 기다렸다. 승객들이 타고 내렸다. 어디선가 기침 소리가 났다. 마스크가 떨어진 나는 목도리로 입을 가렸다. 다음 날 아침, 대구 신천지 소식을 들었다. 며칠 뒤, 포항공대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내 연구실 바로 위층 연구원, 대구가 본가다. 건물은 봉쇄됐다. 비상방역과 함께 총장 주재 대책위가 가동 중이다. 나는 춘천 집필실에 자가 격리했다. 여기도 확진자가 있고, 산 너머 화천에는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의사들이 자원해 대구로 내려간다는 눈물겨운 소식에 도피 자괴감이 들었다.지정병원·응급실 일원화, 확산 방지1840년대 호열자가 전국을 휩쓸었다. 시신이 나뒹구는 촌락 어귀에 고양이 그림이 걸렸다. 쥐를 의심했지만, 죽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영주와 예천에서는 강릉 피신 행렬이 이어졌는데 역귀가 산을 못 넘는다고 믿었다. 군주는 종묘에 나가 빌었고, 남산과 서강에서 무액제를 올렸다.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은 ‘누군가’가 국민에게 급진 차단을 발령해야 하는데, 그는 누구인가? 질본 본부장, 아니면 국무총리?선진국에는 국민주치의가 있다. 의료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그가 모든 권한을 위임받는다. 그 휘하에 비대위가 꾸려지고, 예컨대 질병관리본부의 권고를 받아 대응책이 발령된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질본 정은경 본부장에게 힘을 싣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현행 체계로 봐서 국무총리다. 총리가 왜 대구에 내려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임금이 서강에 나가는 꼴이다. 그곳은 시장에게 맡기고, 총리는 전국망을 지휘해야 한다. 휘하에 전문가그룹을 편성하고, 질본의 권고를 받아 대국민 행동수칙을 발령할 사령탑이 바로 총리다. 세계대전 당시 포화를 맞으면서 지휘한 사령관은 없었다. 사령관은 전선 현황을 살펴 군대를 투입하는 사람이다. 광화문 집회를 고집하고, 명단을 감추는 집단에는 국민건강권을 발동해 강제할 사령탑이 총리다. 질본 본부장은 경제에 해로운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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