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홍은전|작가·인권 동물권 기록활동가 도살장을 탈출한 소가 도로 위를 달리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소를 포획하기 위해 바짝 따라붙은 소방차의 블랙박스에 찍힌 것이었다. 카메라가 소의 엉덩이 쪽에서 소가 나아가는 방향을 비추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나는 소의 시점에서 도로를 달리게 되었다. 6차선 도로와 자동차, 교차로와 신호등, 아파트단지와 주택가를 지났다. 나는 이상한 슬픔과 막막함에 압도되었다. 소가 바라보는 것을 나도 바라보았고 소가 했을 생각을 나도 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살아 있는 소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에게 허락된 자리는 축사와 도살장,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트럭뿐이고, 그는 방금 그 트럭에서 인간을 들이받고 탈출한 것이었다. 마취총을 맞은 소는 몸에 화살이 박힌 채 2시간을 더 달리다 끝내 사살되었다. 2019년 서울 도심과 외곽에 낯선 동물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맹렬히 비폭력적이고 맹렬히 과격한 그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정보를 주려는 게 아니었다. 어떤 질서에 도전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부딪쳐서 보이지 않는 그것을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2001년 서울 도심에 이전엔 나타난 적 없었던 낯선 인간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첫 등장은 지하철 서울역에서였다. 경적을 울리며 들어온 전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두운 선로를 비추자 수십년간 시설과 집구석에 감금된 채 살아왔던 존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외쳤다. “장애인도 인간이다!”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채 모든 권리를 빼앗겼던 그들은 선로를 점거해 지하철을 멈춰 세우면서 한국 사회라는 역사의 무대에 충격적으로 등장했다. 비장애인 중심의 질서를 온몸으로 들이받는 저항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지난 20년간 줄곧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싸워왔다. 지하철을 막았고 장애인의 죽음을 막았다. 차도로 뛰어들었고 선량한 시민들의 이동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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