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모 기자=10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의 한 성당에 마련된 민간인 학살 희생자 매장지에 희생자를 기리는 십자가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 파란색의 꽃이 놓여 있다. 2022.6.10 hkmpooh@yna.co.kr부차 중심부에 자리를 잡은 안드레이 페르보즈바니 성당 뒷마당에는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던 116명의 원혼이 묻혀있다.러시아가 시신을 가져가지 못하게 막는 바람에 길바닥에 내버려 둬야 했던 시신들을 러시아군이 퇴각하고 나서야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임시로 매장했다고 한다.지금은 시신을 모두 수습했기 때문에 풀도 하나 자라지 않은 황량한 모래 위에 쇠로 만든 정교회 십자가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10일 오전에도 세르비아 국회의원이 이 성당을 찾아 참상을 기록한 사진을 둘러보고 십자가 아래 헌화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한달 동안 부차에는 피란하지 못했던 3천여명이 남았는데 그중 452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차시 관계자는"사망자 중 93%가 마치 '처형'당하는 것처럼 사살됐다"라고 말했다.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을 당시 손이 뒤로 결박됐고, 눈이 가려져 있었으며, 머리에 총상이 있었기 때문이다.'부차 학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러시아군이 물러나고서 비로소 드러난 부차의 집단 매장지와 시신의 사진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경악했다.다라스 샤프라우스키 부차시 대변인은 연합뉴스에"그 당시 러시아군은 사람이든, 강아지든, 고양이든 움직이는 모든 것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이날로 107일째를 맞이한 이 전쟁이 언제 끝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샤프라우스키 대변인의 대답은 단호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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