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래 틀어박혀 있다 보면 비로소 집이 본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TV를 봤다. 짐을 스물 몇 상자 내다 버렸다는 집 안은 전과 비교하면 휑할 정도다.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해 핀란드에서 연수하는 동안 나는 장식을 최소화하고 공간에 여백을 많이 남기는 ‘북유럽 인테리어’의 실체를 확인했다. 설마 진짜 그럴까 했는데, 부잣집이든 시골 집이든 집마다 인테리어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해놓고 살았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만이 다소곳이 놓인, 군더더기 없이 고요하고 단정한 공간. 들어서면 마음이 착 가라앉다가 탁 트였다.
그들은 좀처럼 뭘 사질 않았다. 동네 도서관에서 책뿐 아니라 공구, 장난감, 운동 기구도 빌렸다. 필요한 가구나 옷이 있으면 중고 가게와 벼룩시장부터 들렀다. 웬만한 건 빌리거나 얻거나 공유하거나 중고로 구했다. 이 모든 게 여의치 않을 때에야 새 물건 살 궁리를 하는 듯했다. 소유한 물건 자체가 많지 않으니 ‘비우는 인테리어’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물건 살 때 “10년 이상 함께 갈 친구를 고르듯 한다”고 했다. 자기 공간에 들일 물건은 무엇이든 신중하게 골라 오래도록 애지중지 아꼈다. 한번은 헬싱키의 한 갤러리에서 한국 전통 양식을 살린 그릇을 전시 겸 판매하는 행사가 열렸다. 갤러리 주인이 작가에게 전시 끝나도 그릇은 두고 가라고 권했다. “여기 사람들은 그릇 사는 데 보통 석 달 이상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건 하나 사면서 석 달은커녕 사흘도 나는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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