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아이슬란드 남쪽 바다의 해저 화산이 분화하면서 화산섬 ‘쉬르트세이’가 탄생했다. 화산재와 용암, 모래로 이뤄진 이 작은 섬에 생명이 살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첫 분화가 있은 지 채 2년이 되기도 전인 1965년 봄, 섬의 모래해변에 첫 식물인 ‘카킬레 아르티카’가 자라났다. 분화가 아직 진행 중일 때였다. 관다발 식물의 일종인 이 첫 손님은 담수원 없이도 생존이 가능한 “진정한 바다의 늑대”였다.
세계적인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의 책 는 그 제목처럼 식물의 모험담을 다룬 책이다. “동물 필터를 제거한 눈으로 식물을 바라보면, 식물의 특별한 점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필터를 걷어낸 시선으로 저자가 주목한 것은 바로 식물의 ‘이동’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식물들은 치밀한 전략가이자 혁신적인 모험가다. 삽시간에 주변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버린 체르노빌에서도 그랬다. 최악의 원전 사고로 꼽히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원자력발전소 반경 30㎞는 ‘출입금지구역’이 됐다. 5만명이 살던 프리피야트도 그 ‘유령 도시’ 가운데 하나다. 참사 30여년이 흐른 뒤, 아무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이 도시는 “오늘날 구소련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 서식지 중 하나가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덤불이 아스팔트를 뚫고 자랐고, 6차선 대로는 ‘그린 리버’로 변했다. 사고 전보다 식물의 종은 물론 개체 수도 늘었다. 식물에는 방사능보다 사람이 더 위협적이었을까. 저자는 “식물이 역사적으로 역경에 맞서는 특별한 저항력을 개발해왔다”고 말한다. ‘방사성 핵종 흡수’라는 식물의 놀라운 능력 덕분이란 것이다.
식물은 시간 여행자이기도 하다. 2012년, 3만9000년 동안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서 얼어붙어 있던 패랭이꽃 씨앗이 꽃을 피웠다. 러시아 연구진은 다람쥐가 굴속에 저장해둔 씨앗을 되살려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2005년 이스라엘에선 마사다 요새에서 발굴된 항아리 속 대추야자 씨앗이 2000년 만에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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