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여든여섯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 곁에서 써내려간 1000일간의 일기를 통해 부자와 빈자 모두가 겪지만 결코 공평치 않은 ‘늙어 죽어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대부분의 사람들은 “느리게 죽음으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부자도 빈자도 죽음과 지저분하게 엉켜있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비극이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죽음 역시 삶과 마찬가지로 불공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음은 평생을 넓혀온 개인의 우주를 끝맺는 더없이 사적인 시간이면서, 개인을 둘러싼 계급과 젠더, 이데올로기에 따라 그 양태가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면에선 한없이 정치적인 사건이다.
매번 ‘몫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그지만 이번만큼은 유복한 환경에서 말년을 보내는 ‘있는 자’, 부모의 일상에 밀착했다. 돈에 대한 악착으로 생을 견뎌온 어머니와, 다행히 경제적으로 성공한 형제들 덕분에 부모는 보증금 3억여원과 월평균 650여만원이 드는 고급 실버타운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세상을 보는 주요 관점 중 하나가 ‘계급’인 나로서는 부모가 아니었다면 실버타운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늙어 죽어 가는 과정에서 돈이 얼마나 유효하고 또 무효한지, 부자들이 늙어 죽어 가는 과정에 대해 가족·산업·국가는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는지, 이는 가난한 노인들과 얼마나 다른지 보고 싶었다”고 했다.죽어 가는 가족의 모습에 감정적으로 이입하기보다는,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사유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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