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味적인 시장]봄, 화사하게 달고 순수하게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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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오일장은 3, 8일장이다. 매달 시내 중심에 있는 고인돌 시장에 장이 선다. 읍내에서 고개만 넘으면 바로 광주인지라 장이 제법 크다.

봄이 한창인 화순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못했다. 다른 전라도의 오일장을 가도 부러 뒤로 미뤘다. 화순 남면의 어느 골짜기에서 맛본, 강렬하게 질긴 토종닭의 식감이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화순 오일장 취재를 미루고 미뤘던 까닭은 따로 있다. 17년 전 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밀 새우깡을 같이 기획한 후배가 암 투병하던 곳이 화순의 전대 병원이었다. 어느 날 그쪽 회사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한 번 얼굴 보러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미루지 않고 바로 내려가 마지막 얼굴을 보고 이야기까지 나눴다. 얼굴 보고 온 다음주 후배는 세상을 떠났다. 화순 근처에 가면 그 생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화순을 향하는 내 마음은 평소 출장길과 달리 무거웠다.

마음은 마음, 취재는 취재. 화순은 바다가 없지만 인근 보성이나 장흥에서 온 수산물이 제법이다. 봄나물이 한창이지만 나물만 바라보던 시야를 잠시 돌리면 새로운 맛을 볼 수 있다. 시장 초입에서 바지락을 까던 아주머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화순이니 봄나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두릅이 나오기 직전의 바지락은 일 년 중 최고의 맛을 낸다. 몇개만 넣고 라면 끓이면 바로 해장 라면이 된다. 육수나 MSG 따위를 넣지 않고도 최고의 조개탕을 끓일 수 있는 시기가 지금으로 초벌부추까지 넣는다면 금상첨화다. 시장 초입이라 나중에 사야지 하다가 이제야 안 사고 왔음을 깨닫고 있다. 크기나 맛이 평소보다 몇배나 좋은 때다. 낙지며, 노랑가오리의 유혹이 제법이다. 노랑가오리는 조금만 더 컸으면 바로 샀을 것이다. 홍어 애와 비교할 수 없는 노랑가오리의 맛이 있다. 살도 쫀득함이 제법이다.상설시장 점포는 식당가 외에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

이웃한 보성에서 왔다는 아주머니는 직접 담근 된장 파느라 정신이 없다. 잠시 그렇게 파는 거 지켜보다가 가격을 물었다. 한 바구니 1만원, 조금 많다 싶어서 돌아섰다. 장터 구경을 얼추 끝내고 돌아설까 하다가 다시 그 자리로 갔다. “주세요!” 사면 어찌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어찌 이걸 아슈? 먹는 법은 아요?” “김치 담글까 생각 중입니다.” “워메 이걸 아는 아자씨도 다 있구만. 기분이네 2000원 빼줄게.” 만원짜리가 없어 5만원권을 내밀었다. 불행하게도 아주머니가 가진 1000원짜리가 한 장밖에 없어 9000원에 샀다. 저번 오일장에서는 미나리와 초벌부추로 전을 부쳤다면 이번에는 곰보배추로 김치를 담갔다. 소금물에 담가 숨을 살짝 죽였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멸치액젓, 새우젓, 간장 등 양념을 만들고 절인 곰보배추 넣고 버무렸다. 하루 정도 밖에 두었다가 맛을 봤다. 씀바귀와 다른 쓴맛이 입안에 몰아쳤다. 이어서 청량한 무엇인가가 달래듯 입안을 채웠다.

바닷가가 없는 동네는 먹을 것이 거의 대동소이하다. 고기나 국밥, 비빔밥, 청국장, 중식 등 비슷하다. 다만 양념 쓰는 법이나 내용물이 달라 조금씩 차이가 날 뿐이다. 화순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국밥집이 눈에 띄었다. 국밥보다는 국밥집에서 파는 족발과 머릿고기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족발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살집 좋은 것이 아니라 제주에서 아강발이라 부르는 미니족이다. 순대, 내장, 머릿고기 국밥이 있다. 이를 섞어 주는지는 모르겠다.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머릿고기. 머릿고기 국밥을 주문하면서 족발도 주문했다. 비닐장갑과 함께 등장한 족발, 초장에 찍어 먹는다. 차게 식혀 콜라겐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 있어 쫄깃함이 좋았다. 국밥의 국물 맛은 차분했다. 다진 고추를 넣었다. 그리고 새우젓까지 넣었다. 일반 순댓국밥 먹을 때 새우젓에 국물이 흥건하면 넣지 않는다. 새우젓에 물과 소금, MSG를 넣고 양을 늘린 조미료 덩어리일 뿐이다.

후식으로는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커피도 좋지만 어디서든 맛보기 어려운 팥빙수를 추천한다. 겨울이고 여름이고 사시사철 팥빙수를 판다. 국내산 팥을 직접 고르고 골라 팥을 쑨다. 달기만 한 일반 빙수와 달리 단맛은 보조 역할만 한다. 팥의 구수함이 살아 있다. 여럿이 간다면 팥떡을 추천한다. 흰떡 위에 팥소를 발랐다. 커피나 직접 담근 차도 있다. 빙수가 아니더라도 맛볼 것이 많다. 엄지빈 374-9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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