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본 건 생생히 기억난다. 바로 지난주에 그가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얘기 나눈 덕분이다. 만남의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개인 사정이므로 지면에 적기는 좀 그렇다. 다만, 딱 하나는 언급할 수 있다. 그가 쓴 새로운 책을 받기 위함이었다. 제목은 〈뮤직 포 시티 트래블러〉. 더욱 중요한 건 뒤에 붙어 있는 부제다. 자세히 보면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이라고 쓰여 있음을 알 수 있다.비평가들이 몰락한 건 뭐 새삼스러운 사건도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여기저기서 ‘플레이리스트’가 대폭발했다. 내가 지면을 통해 이미 강조했듯이 스포티파이 기준, 하루에 공개되는 노래만 6만 곡이 넘는다.
집에서 최소한의 장비만으로도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시대가 구현된 덕분이다. 이 노래들 중 도저히 들을 가치가 없는 경우가 없을 수 없다. 이런 음악들 빼고, 리믹스 버전처럼 중복되는 케이스도 빼고 하면 아무리 못해도 1만 곡에서 2만 곡 정도는 잡아야 한다. 요컨대 우리는 음악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누군가의 추천, 즉 플레이리스트가 절실할 수밖에 없는 바탕이다. 한데 여기에는 조건 하나가 더 붙는다. 단순한 추천은 또한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섬세한 안목을 갖춘 자의 사려 깊은 글을 통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날 수 있다면 베스트가 된다. 내가 언급한 박정용 대표의 책을 콕 집어서 추천하고픈 욕망에 휩싸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테면 그의 추천을 추천하는 셈이다.
‘도시 여행자’라는 타이틀답게 책의 섹션은 지역별로 나눠져 있다. 4분의 3은 국내, 4분의 1은 해외다. 당신은 다음처럼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꼭 저 도시에 가서 해당 음악을 들어야만 하느냐고. 당연히 아니다. 장소 따위 가리지 않는 좋은 음악이 300여 페이지 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중에는 내가 모르는 곡도 있고, 아는 곡도 있다. 부끄럽지만 전자의 비중이 좀 더 높은 것 같다. 과연, 세상에는 고수가 많다. 도처에 스승이다. 심지어 박정용 대표는 내가 “형, 그렇게까지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어요”라고 충고까지 하는 사람이다. 이쪽에서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가리켜 농담조로 ‘중환자’라고 부른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음악 열병을 치료하는 병원 입구에 겨우 들어선 꼴이다.이렇듯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등골이 서늘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축복이다. 애정을 능력으로 전환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니까.사회생활에서만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취향에서도 관계는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마땅히 주위에 신뢰할 만한 취향을 지닌 지인을 여럿 둬야 한다. 이것만은 다다익선이라고 확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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