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흔히 ‘럭셔리’라고 부르는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인으로 15년 이상 살고 있다. 몇 억원을 우습게 넘기는 차를 시승하거나 레바논 귀족과 저택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시미어 브랜드 대표가 지난여름 휴가에 스페인 왕자와 보낸 시간에 대해 인터뷰했던 순간도 생생하다. 마주 앉는 것만으로 기운과 재능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셀러브리티와의 대화도 호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몇 배나 압축한 것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 그들이 들려주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겨 있는 통찰을 음미하며 기사와 칼럼으로 전하는 일에는 작지 않은 의미와 배움이 있었다.
그즈음이었을까. 스쿠터를 타면 회사에서 10분 정도면 달려갈 수 있는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숨 좀 쉬면서 살고 싶어서. 바쁘게 경험하고 취재해서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마감하는 일상에는 보람도 성취도 있었다. 거기에 취해 달려온 시간이 이미 10년 이상이었다. 쌓여 있는 피로와 과로로 몸은 점점 둔해지는 것 같았다. 움직일 때도 예전 같지 않았다. 몸이 그러니 마음도 굳어졌다. 자신을 좀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이미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을 만나서 느끼는 쾌감 말고, 나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나만의 럭셔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요가는 유연한 사람을 위한 수련이 아니다. 누구나 뻣뻣한 채로 시작해 가까스로 유연해지는 것이다. 그 유연함이 실은 강함에 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멋진 사진들과 실제의 요가 수련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미지에는 과정이 담기지 않으니까. 사진은 무척 능숙한 누군가가 부단히 노력해 완성한 순간을 공들여 찍어 공개한 것이다. 다른 모든 성취가 그런 것처럼 진짜 중요한 건 과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당연한 미숙함을 걱정하기 전에 과정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는 생각으로 경험하기를 다시 한번 권하고 싶다. 다행히 요가원은 서로의 미숙함을 묵묵히 응원하는 공간이다. 모두가 미숙하고, 다 같이 각자의 완벽을 위해 부단히 수련하는 곳. 이미 어른인 사람이 이토록 맘껏 미숙해도 괜찮은 공간이 또 있을까? 그걸 깨닫는 순간의 자유야말로 달콤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나도 그랬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요가복도 없었다. 무릎 정도 길이에서 떨어지는 면 소재의 트레이닝 바지에 가벼운 면 티셔츠를 입고 매트 위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두리번거리며 부끄러워했다. 낯선 분위기와 산스크리트어로 지칭하는 자세의 이름 사이에서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책에는 다들 능숙하게 해내는 자세와 자세 사이에서 허둥대는 나 자신을 “갑자기 떨어진 고구마 모양 운석 같았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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