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스타그램 추천 게시물에는 여행 가서 음식 먹는 인증샷이 태반이었다. 팔로어가 수만~수십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들은 기막히게 아름다운 여행지에 가서 맛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기는 좋은 음식을 사진 찍어 올렸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앱의 때론 화사하고 때론 아련한 필터 기능 덕분에 사진의 효과는 배가됐다. 여행지엔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이 놓였고, 식당은 맛보다는 플레이팅에 공을 들였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사용자가 주춤한 사이 급증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간 장소들을 찾아 똑같은 구도의 인증샷을 찍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 흐름에 뒤처지는 것 같았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모임들이 그렇게도 많았다. 같은 학년 학부모 모임, 예전 같은 반 학부모 모임, 지난 직장 동기 모임, 대학 시절 동아리 모임, 사내 소모임 등을 쉴 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즐겁고 충만한 감정으로 가득한 모임도 있었지만, 왜 왔는지 알 수 없는, 그러나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쉽게 자리를 뜨기 힘든 모임도 있었다. 속내를 완전히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우리 삶을 통틀어 몇 명 만나기 어렵다. 대부분의 모임에서는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의 속뜻에 뒤늦게 불쾌해하거나, 무심코 꺼낸 대화 소재를 수습하지 못해 난감해하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으레 감도는 허영과 시기와 경쟁의 공기에 어느새 진이 빠지기도 했다.
모든 사람은 죽지만, 자신에게는 죽음이 닥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죽음을 잊고 지내던 사람은 큰 병을 진단받거나 극심한 고통을 겪은 뒤에야 죽음을 떠올린다. 지금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던 생활 방식, 삶의 조건을 강제로 되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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