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합니다. 좀 독특한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어요. 훗날 주수인은 프런트로 일해달라는 SK 단장의 첫 제안처럼 선수를 그만두고 구단 프런트 직원이 될 겁니다. 그게 현실이에요. 그런데 세상은 이 영화의 광고 카피 "던져봐. 그 벽이 깨지도록!"처럼 벽을 치는 사람들에 의해서 변화해 왔어요. 그 또한 현실이고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영화 ⟪야구소녀⟫는 판타지이자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한 고등학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 주수인은 고3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천재 야구선수로 화제를 뿌리며 입학했지만 갈수록 남자들과 체격과 체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회전력 좋은 최고 구속 134km의 직구는 여자로서는 무시무시한 스피드지만 프로의 지명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스펙입니다. 프로팀 지명은 물건너갔고 트라이아웃*이라도 받아보고 싶지만 누구나 다 짐작할만한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코치의 조언으로 패스트볼이 아닌 너클볼*을 연마한 수인은 트라이아웃에서 감독의 눈에 띄어 구단 단장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습니다. 단, 선수가 아닌 프런트 직원으로. 그러나 수인은 "나는 너클볼과 패스트볼로 타자 타이밍을 뺏는다. 시속 160km 빠른 공이 아니라 느린 공이라도 타자를 아웃시키는 게 중요하고 그게 내 장점"이라며 거절합니다. 단장은 얼마 후 계약금 6000만원의 2군 선수 계약서를 내밀며 영화는 '일단은'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다 저는 최근 경기 중에 실신했던 SK 염경엽 감독이 떠올랐어요. 염 감독은 선수로서는 별볼일 없었습니다. 야구 명문인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나와 91년도 2차 1라운드 전체4순위로 태평양에 지명된 유망한 유격수였지만 통산 타율 0.195의 초라한 성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칩니다. 더 뛰고 싶었지만 "시즌 개막전 전광판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걸 보고는 화장실로 가서 펑펑 울었던" 염경엽은 프런트행을 받아들입니다. 현실과 타협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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