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치열하게 고민한다. 평일 저녁 6시 반, 이미 춥고 배고프다. 저녁밥 오디션 최종 결승 후보는 두루치기와 김밥이다. 두루치기와 김밥, 남이 보면 당연히 두루치기가 이길 것 같은 게임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김밥집은 이미 여러 번 가본 곳이지만 두루치기집은 아직 안 가본 식당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찰력은 먹이와 생존을 위해 발달했다. 농경사회 전 인간은 어디에 먹을 것이 있을지 내내 찾으며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 열매는 먹을 수 있는가?’, ‘이 벌레는 맛이 괜찮을까?’, ‘이 풀은 어떤 맛일까? 죽는 건 아닐까?’ 돌도끼를 든 원시인처럼 나는 심각하게 고민한다. ‘과연 저 식당은 맛이 있을까? 두루치기라는 음식은 먹을 만할까?’ 다행히도 현대인은 맛없는 것을 먹는다고 죽지는 않는다.다음은 간판을 본다. 간판은 조금 오래된 느낌이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방금 오픈한 것 같은 식당은 별로 가고 싶지 않다. 또한 가게의 겉모습을 본다. 가게 앞에 지저분하게 내놓은 물건이 별로 없고 입구가 반들반들하면 왠지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손님의 부류도 중요하다. 만약 40~60대의 여성 그룹이 밥을 먹고 있다면 그 집은 안 봐도 맛있는 집이다. 이들은 절대 맛없는 곳에서 만남을 갖지 않는다. 옷차림이 가볍거나 장바구니를 들고 있어 동네 주민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믿을 만하다. 보리밥을 비우자 내가 시킨 메뉴 ‘옹심이만’이 나왔다. 걸쭉한 크림수프 같은 것을 한 입 떠서 먹어보자, “와…” 하고 감탄이 나왔다. 내가 먹었던 어떤 국물과도 비슷하지 않았다. 들깨 국물보다 산뜻하고 감자수프보다 감칠맛이 난다. 젤리처럼 쫀득한 옹심이를 즐기며 씹다 보면 어느새 국물까지 바닥이 나 있다. 먹는 동안 다른 생각을 잊게 하는 훌륭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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