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들을 삼켜버린 난장판, 군에서 달려온 아들을 붙잡고 아내는 울었고먼 길 기꺼이 달려와 손을 보태고 마음을 건네고 돈을 보내고…징그럽다. 7월 한 달, 26일 비가 내렸다. 이러다간 콩이고 참깨고 잎이 다 녹아 내리게 생겼다. 종종 “비 맞으면서 일하는 것도 시원하고 괜찮아요” 떠들었지만, 그건 일하다가 내리는 비를 맞을 때 얘기지 비 오는데 일하러 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무기력한 자가격리가 이어졌다.
조금씩 불어나는 물에 사람들은 마지막 뒷집 꽃담을 허물며 차와 함께 빠져나갔다. 혹시나 해서 아내를 먼저 따라 보냈고, 설마 해서 나는 집에 남았다. 잠깐 사이에 골목길은 차를 빼기 어려운 높이가 됐다. 트럭을 조금이라도 높은 집 앞으로 끌어놨지만 바퀴가 잠기기 시작했다.집 안에 들어와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1분에 한 번씩 기도하듯 ‘괜찮을 거야. 우리 집은 동네 뒤편이고 기단도 높잖아? 잠깐 이러다 말 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기도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앞집 빨간 우편함이 사라지고 우리 항아리가 뜨기 시작했다. 물 위의 부유물은 방향을 바꾸지 않고 계속 다가왔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물속에서 발이 안 닿으면 호흡정지보다 심정지가 먼저 오는 쪽이다. 등에 멨던 배낭을 풀었다. 이미 허벅지에 닿은 물은 길지 않은 다리를 타고 곧 허리에 오를 것이 뻔하다. 발레리노 발끝 모양을 해 봤자 그게 그거다. 배낭을 싱크대 꼭대기에 쑤셔 박았다. 재워주고 먹여준다는 분들 덕에 동가숙 서가식 하며 D데이를 맞았다. 11일 오전 7시 작업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분들도 있었고 온다는 말도 없이 찾아온 동생도 있었다. 20명이 넘었다. 목조주택이라 바닥과 내벽, 단열재를 뜯어내서 버리고 기둥과 외벽만 남겨 말려야 했다. 당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수고 뜯고 나르는 작업은 남자들이, 씻고 널고 말리는 일은 여자들이 맡았다.일은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갔고 손길과 도구가 필요하면 누군가 그 도구를 들고 불쑥 나타났다. 옆집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친한 동생과 친하다고 찾아와 진땀을 쏟았다. 누구는 대형 세탁기가 있다며 이불을 들고 갔고, 누구는 막 버리려던 참에 잘됐다며 새 이불을 들고 왔다. 빨래를 이틀간 맡아 해준 사람은 예전 마을 이장님의 조카였다. 피붙이는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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