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를 의인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햇님이를 생각하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햇님이가 해수욕장 주변에 머물기 시작한 것은 어느 봄날이었다. 개 농장에서 탈출한 개 같다는 추측도 있었지만 누구도 햇님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간간이 동네에서 목격되곤 하던 햇님이가 해수욕장 입구 솔밭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삼식이라는 개를 마주치게 되면서였다. 삼식이는 해수욕장 인근에 사는 동네 주민이 키우는 백구였는데 머리통이 크고 허벅지에 까만 점이 있는 혈기왕성한 개였다. 햇님이는 사람도 개도 극도로 무서워하며 자신에게 다가오기라도 할 기세면 줄행랑을 치기 바빴지만 삼식이에게만은 곁을 내주었다.
햇님이의 주식은 길고양이 밥이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방파제에서 음식을 해 먹는 관광객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운 좋게 몇 점 얻어먹기도 했다. 겁이 많아 숨어다닐 줄만 알았는데 뜻밖에 동네를 지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햇님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동네 공원 운동기구로 허리 돌리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옆으로 무심하게 흙냄새를 맡는 모습이라든가, 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줄지어 서핑보드를 끌고 가는 사이를 총총걸음으로 지나간다든가 하는 것이었다. 신기한 것은 동네 사람들이 제법 큰 개인 햇님이가 돌아다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었다.햇님이는 일상적인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었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간혹 햇님이를 보고 당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철 이른 관광을 온 외지인들이었다. 그렇게 반년 정도 해변에 머물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햇님이가 문제가 된 것은 해수욕장 개장 철이 다가오면서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과정에서 우리를 아연하게 했던 것은, 투명인간처럼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던 햇님이가 어느 날 갑자기 위협적인 존재로 조명받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햇님이는 봄부터 여름까지 그저 존재했을 뿐인데 하필 자리 잡은 곳이 휴가철이 되면 해변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곳 근처였다. 햇님이가 실제로 위협적인 행동을 했느냐와는 무관하게, 관광객이 무섭다고 느낄지도 모른다는 주민회와 상인들의 우려 속에서 햇님이는 치워버려야 하는 골칫덩어리로 변모한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우리 사회가 유기견이나 들개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유기견이나 들개가 사회적 문제라고 부르는 것에 비해 개를 밭이나 마당에 묶어 키우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지 않는다. 같은 문제의 다른 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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