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한 도서] 마지막에 이르러 ‘고마워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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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안 읽고 싶었다. 한강의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 얘기다. ✍🏻 김이경(작가)

웬만하면 안 읽고 싶었다. 한강의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 얘기다. 작년 가을에 출간돼 한창 화제가 되고 있을 때도 애써 외면했다. 한강의 소설은 읽는 데 공력이 드는 데다 특히 지난번 〈소년이 온다〉를 보고는 꽤 오래 아팠기 때문에 4·3사건을 다뤘다는 이 소설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독서회 친구들이 하나둘 작품을 읽었다고 하는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독서회 선생이 회원들의 요구를 언제까지 모르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펼쳤다. 역시나 한강의 필력은 대단했다. 처음의 망설임은 두어 페이지 만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는 속절없이 작가의 문장을 따라갔다. 첫 장을 읽을 때는 그냥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독자도 감당하기 힘든 이런 글을 작가는 어떻게 썼을까, 과연 그는 괜찮을까 걱정했던 터라 소설을 쓴 이후의 고통을 토로한 내용이 고스란히 이해되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여러 화자의 목소리가 마치 물 위에 파문이 일듯 겹겹의 동심원을 이루며 울려 퍼진다. 5월 광주를 이야기한 뒤 삶을 이어가기 힘들어진 소설가가 있고, 4·3의 그늘에서 태어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친구 인선이 있고, 4·3을 겪고 입을 다물어버린 인선의 아버지와 그 이후를 묵묵히 그러나 꿋꿋하게 감당한 인선의 어머니가 있고, 같은 일을 보고 듣고 겪은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고, 인선이 취재한 베트남 전쟁 희생자들의 목소리가 있다. 그뿐이랴. 거기엔 사람처럼 말하지만 사람은 아닌, 그래서 말이되 말이 되지 못한 앵무새들의 목소리가 있고, 귀를 때리는 비명 같은 바람 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사납게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아우성이 있고, 그 모든 소리를 지우는 듯 품어 안는 한량없는 눈의 침묵의 목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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