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간다. 아직 남은 단풍들에 눈길을 주며 천천히 걷는다. 지금은 검은 활자를 읽을 때가 아니다. 노랑과 주홍, 자주와 붉음을 마음에 담을 때다. 타오르는 이 색들을 마음의 갈피에 갈무리한다. 오는 겨울의 침울에 맞설 내 고운 방패들. 어디 나만 그러겠는가. 책이 안 팔려 걱정인 제주의 책방지기는 〈야생의 위로〉를 읽으면서 우울감을 떨치고 있단다. 그의 처방이 내게도 통하길 바라며 책을 펼친다. 25년이나 우울증을 앓아온 박물학자 에마 미첼이 자연에서 얻은 위안을 소박한 그림과 함께 담담히 적었다. 머리말을 읽는데 한 문장에 눈길이 머문다. “인생이 한없이 힘들게 느껴지고 찐득거리는 고통의 덩어리에 두들겨 맞아 슬퍼지는 날이면, 초목이 무성한 장소와 그 안의 새 한 마리가 기분을 바꿔주고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다.” 정말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긴다. 책은 “낙엽이 땅을 덮는” 10월에서 시작해 “햇빛이 희미해지고 모든 색채가 흐려지는” 11월로 이어진다.
한자리에 붙박인 식물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쩜 이리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비밀은 다양성이다. 세상에 나쁜 것은 없다 크기만 봐도,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의 차이가 극과 극이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레드우드 나무는 높이 116m나 되고, 현존하는 가장 큰 생물로 알려진 거삼나무는 무게가 1121t에 달한다. 반면 가장 작은 나무인 난쟁이버들은 1~6㎝밖에 안 된다. 북극에 사는 난쟁이버들은 매서운 바람을 피해 땅에 납작 엎드려 살면서 번식에 공을 들인다. 엄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야 하므로 줄기 번식만이 아니라 씨앗 번식까지 해서 더 멀리 다양한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다. 씨앗 번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씨앗은? 정답은 난초다. 최소 0.1㎜, 커봐야 6㎜다. 꽃이 아름다워 비싸게 팔리고 때론 산에서 파 가는 이들 탓에 수난을 겪는데, 가져온 난초가 잘사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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