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즐기면, 져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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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무려 두 경기 만에 16실점을 하고 만다. 9 대 0, 7 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무려 두 경기 만에 16실점을 하고 만다. 9 대 0, 7 대 0이라는 점수만 보자면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민망한 실력의 팀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없고 돈 없는 최빈국의 선수들이 꾸역꾸역 스위스로 넘어가며 다짐했을 의지와 투혼, 그런 그들에게 보낸 세계인의 관심과 응원이야말로 스포츠가 가진 힘이 아니었을까.

취미로 하는 주제에 감히 국가대표팀의 역사와 비교할 수는 없겠다만, 적어도 우리팀엔 그날 모든 것이 스위스 월드컵을 떠오르게 했다. 5전5패, 솔직히 실점은 기억할 수조차 없다. 숫자에 약한 것이 차라리 다행이랄까, 매번 첫 실점은 철렁했지만 하도 반복되다보니 당최 경기마다 몇 골을 먹었던지 기억도, 덧셈도 할 수 없었다. 하여간에 많이 먹었고 조금의 아슬아슬함도 느낄 새 없이 매번 졌다. 그냥 한 경기 한 경기 죽어라고 뛰는데도 공을 따라잡을 수 없고, 엉뚱한 곳에 패스를 하고, 기껏 마련한 상차림을 앞에 놓고도 헛발질을 해대며 거의 모든 경기를 무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지더라도 좀 아깝고 폼나게 지고 싶었지 이렇게 처참하게 밀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 앞에 서 있는 상대팀들은 매번 왜 이렇게 하나같이 키도 크고, 젊고, 다부진데 어쩜 이렇게 유니폼까지 예쁜지, 정말 우리와 다른 세대라는 것을 계속 느꼈다. 심지어 우리가 주저앉아 헐떡거리는 숨을 정돈하고 있을 때, 쉬는 시간이라고 농구공을 튕기며 신나게 노는 상대팀의 저세상 체력을 보고 있자면 아직 안 싸웠는데도 결과가 눈에 보였다. 적게 잡아본대도 상대팀보다 평균 나이는 최소 열 살 이상 많을 테고, 창단 이후 우리가 제대로 된 코칭을 받은 지는 겨우 반년이 되었을 뿐이다. 심지어 선수를 다양하게 교체해가며 전술도 바꿔보고 체력도 아끼는 다른 팀과 달리 우리는 선수가 부족해 숨이 목끝까지 차올라 토할 것 같지 않는 이상 교체도 없다. 그러니 뒷구르기를 하며 쳐다본대도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안 될 일임을 빨리 깨달아서였을까. 지고 또 지는 게임을 하고 대기실로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각자의 가방에서 구운 계란, 찐 감자, 과일 등을 정신없이 꺼내 먹으며 깔깔 웃었다. 서로의 플레이에서 아주 깨알 같은 칭찬 포인트를 찾아내며, 아까 위치가 좋았다고, 시도가 좋았다고, 몸싸움이 늘었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꼴찌가 받는 찬사가 이렇게 달콤했던가. 혹여 우리가 기죽을까 걱정됐는지, 여자를 돕는 여자들은 고맙게도 열과 성을 다해 우리에게 함성과 박수를 보내주었다. 뻥뻥 뚫리는 수비진 덕에 정신없이 몸을 던져야 했던 골키퍼도, 유일한 한 골을 성공시킨 왕언니 슈터도 찐한 환호를 받았다. 우리를 기죽게 했던 그들 덕에 민망함을 내려놓고 더 많이 웃을 수 있었다. 비록 어설프고 서툴렀던 우리의 첫 대회는 그렇게 완벽하게 패했지만, 우리가 여기서 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고 존재를 드러냈으니 그것만으로 됐다. 체력이 떨어지고 종종 무릎이 아프며 몸이 굼떠 생각만큼 위력적이지 않을지언정, 늦게 배운 도둑질이 재밌어서 정말 즐거운 풋살을 하는 언니들이 여기 있다고 알렸으니 행복한 하루였다. 사랑스러운 우리팀, 유니크한 우리팀, 아이러브 우리팀. 사랑할래 지구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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