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쪽에서 바라본 한남대교. 한남대교 남단은 경부고속도로의 기점이다. 1969년 건설 당시에는 제3한강교로 불렸다. 서울 강남·북뿐 아니라 서울과 대전·대구·부산을 잇는 한국의 중추 교량이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평지를 점유할 여력이 없는 도시 빈민이 언덕에 모여들어 촌락을 이룬 모습은 개발도상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반대로 유럽에서는 도시의 언덕을 부유층이 선점했다. 잦은 전쟁 때문에 영주들이 요새 역할을 겸하는 성을 고지대에 세웠고, 그 주변으로 성곽도시가 형성되었다. 영주에게 충성을 약속하고 그 대가로 보호를 받는 도시민이 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특권이었다. 국가의 인적 보호 범위를 뜻하는 ‘국적’이 지금까지도 ‘시민권’이라는 개념과 혼용되는 것과도 이와 관계가 있다. 봉건체제가 해체된 뒤로 언덕은 군사적인 보안보다는 정치적인 보안을 수행하는 장벽이 되었다. 고지대에 살려면 도로와 마차가 필요했고, 보통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중력을 거슬러야 하는 고지대의 비효율이 만들어낸 허들과 보유한 생산수단 사이의 부등식을 통해 주민의 자격이 가려졌다. ‘높이’는 공간을 분화시키는 사회적 기준점이 되었다.
홍콩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기다란 야외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여기에 놓여 있다. 기술적인 수준에서 보면 에스컬레이터와 트램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계단과 마차만큼이나 커다란 차이가 있다. 에스컬레이터는 발을 돕는 기계이고, 트램은 아예 발을 대신하는 기계다. 발을 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계급적 함의를 갖는다. 영어권에서는 하인을 풋맨, 즉 ‘발을 쓰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대개 달동네가 그렇듯이 한남동 재개발 지역도 멀리서 봐야 아름답다. 가까이 다가가면 아파트로 변신할 날만을 꿈꾸며 잠든 음산한 폐가들과, 구청에서도 분리수거를 포기한 쓰레기 더미가 골목마다 산을 이룬 모습을 보게 된다.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은 외나무다리와 같다. 차를 타고 오르는 모험을 감행하던 중에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차와 맞닥뜨린다면 언덕 아래까지 다시 후진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20년 가까이 재개발 대상 지역으로 거론되었던 이곳의 집값은 꾸준히 올랐고, 인내심을 잃은 원주민은 대부분 집을 팔고 떠났다. 투자가치와 생활가치의 커다란 간극으로 인해 생겨난 빈집에는 젊은 예술가들을 비롯한 다음 세대 도시 저소득층이 비집고 들어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엄연하게 존재하지만, 이곳의 세입자들은 건물주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집을 비우고 떠나겠다는 각서를 쓴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선일보 2대회장 방일영이 만든 방일영장학회의 1기 장학생이었습니다. 방일영문화재단이 만들어질 때 이사가 됐고, 지금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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