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 멈춤 없던 ‘연필 수행자’

  • 📰 joongangilbo
  • ⏱ Reading Time:
  • 50 sec. here
  • 2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23%
  • Publisher: 53%

대한민국 헤드 라인 뉴스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최근까지도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묘법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한국적인 회화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시절, 내 작품을 하려면 나를 완전히 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6월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거장, 자신의 유산을 세상에 남기려 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몇 년 전부터 이렇게 되뇌었던 구순의 화가는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그 길을 떠났다.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14일 오전 타계했다. 92세. 박 화백은 2021년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 행복하게 받아들이겠다”며 “하지만 현세에서 더 건강하게 그림을 그리다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최근까지도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박 화백은 한국 현대 추상미술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56년 ‘국전’을 식민 잔재로 규정하고 반국전 운동에 앞장서며 한국 미술계의 중심에 섰다. 1962년 이후 홍익대 미술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1960년대 중반 이후 ‘묘법’ 연작을 시작하며 독창적인 세계를 다져갔다. 그의 ‘묘법’은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묘법이란 캔버스에 유백색의 밑칠을 하고 채 마르기 전에 연필로 수없이 반복되는 선을 그어가는 기법을 말한다. 그는 묘법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한국적인 회화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시절, 내 작품을 하려면 나를 완전히 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캔버스가 내게 수신, 수행을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의 단색화전’을 계기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2016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런던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어 ‘완판’ 기록을 냈다. 지난 6월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거장, 자신의 유산을 세상에 남기려 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후학 양성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해가는 면모도 보였다. 2019년 기지재단을, 2022년 박서보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기지재단은 박서보미술관과 기념관 건립 관련 일을 맡고, 장학재단은 올해부터 홍익대 미술대학 재학생을 선발해 지원한다. 다만 그는 고향인 경북 예천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 건립을 간절히 꿈꿨으나 여러 현실적인 제약으로 끝내 이루지 못했다. 대신 JW 메리어트 제주 부지에 그의 이름을 딴 전시관인 ‘박서보미술관’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축 중이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자리를 직접 준비했다. 2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 내가 있을 자리를 준비했다. 좌우명으로 비문도 준비했다”고 했다. 비문은 이렇다. “변화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변화해도 추락한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잘못 변화해도 추락한다.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변화는 오히려 작가의 생명을 단축한다. 그걸 경계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귀하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귀하의 의견은 검토 후 게시됩니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 11.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한 줄이라도 더”···‘선 긋기’ 멈추고 눈감은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생의 마지막까지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고 했던 박서보 화백이 붓을 놓았다. ...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한 줄이라도 더'...'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앵커]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어제(14일) 오전 92살의 일기로 별세했습니다.암 투병 중에도 고인은 마지막까지 붓을 ...
출처: YTN24 - 🏆 2. / 6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긋고 또 긋고···‘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단색화의 거장’이자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쳐온 박서보 화백이 별세했다. 향년 ...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람답게 살고 싶다'... 국감장 숙연케 한 환자의 호소[국감-보건복지위] 강은미 "약, 너무 비싼 관세"... 파킨슨병 지원대책 마련 촉구
출처: OhmyNews_Korea - 🏆 16.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박서보 화백, 하늘로 떠나다폐암 투병 끝에 92세 타계연필로 선 긋는 '묘법' 통해한국 단색화 세계화 이끌어폐암 투병에도 작업에 매진영국 미국 등 세계에서 전시올해 홍콩 경매 35억원 기록
출처: maekyungsns - 🏆 15.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시간·비용 세계일주 맞먹어, 한 번에 임신 간절히 기도”…시술 위해 휴직·퇴사도 [난임 부부의 눈물]익명을 요구한 한 난임 병원 전문의는 '현장에서 실제로 진료를 해보면 성공하는 사례는 난임 시술 한번 만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고, 한번 실패한 경우엔 수차례 시도해도 임신이 성공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난임이 확실치 않은데 병원을 찾은 난임 환자를 제외하면 성공률은 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임 시술은 한 사람만 치료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부부 양쪽의 상황에 따라 성공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도 통계처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며 '난임 환자 입장에선 시술 한 번이 더 간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난임 시술에 나선 부부들이 느끼는 시간 압박은 상당하다.
출처: joongangilbo - 🏆 11. / 5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