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끝났다. 회원국도 아닌 한국이 지금 같은 시기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 실익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뒤로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스페인으로 떠났었다. “가치규범 연대, 신흥안보 협력,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세 가지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달성했다”는 대통령실의 자평과 달리 윤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무대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나토는 정상회의 첫날 공개한 ‘전략개념’ 문서에서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 정책은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나토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대립적인 언급을 공식화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러시아를 우리 파트너로 간주할 수 없다”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이해관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가 굳이 이 자리에 끼어서 균형감각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윤 대통령은 나토의 반중·반러 노선에 동조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7번째 연설자로 나선 윤 대통령은 “새로운 경쟁과 갈등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역량을 갖춘 국가로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국내 정치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겠지만 인접국이자 무시할 수 없는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기정사실이 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다섯 차례나 만났다. 29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북한 핵실험을 가정하여 ‘한·미·일 공동훈련’을 언급하며 “억지력 강화를 위해서 일본 방위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또한 북핵 대응을 위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호응했다. 가뜩이나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 진입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켰던 윤 대통령이 한·일 간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온갖 현안을 제쳐두고 군사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본 측에 부적절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밖에 안 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북핵 문제 그 자체만 놓고 봐도 나토 참석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자초한 것은 협력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외교적인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크다. 한·미·일 군사협력이라는 압박수단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일이다. “한·일 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알겠지만 일본 측의 태도 변화가 전혀 없는 가운데 북핵 위험을 강조하며 우리만 저자세를 취한 모양새가 됐다.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는 다른 영역에서 하더라도 외교는 달라야 했다.
애초에 나토 국가들과 우리는 처지가 다르다. 일본이나 호주처럼 특수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다른 참가국과도 입장이 같을 수가 없다. 혹시나 하고 조마조마 지켜봤지만 온통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들러리 서서 외교적 손실을 피해가기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라는 공허한 성과를 치장하기 위해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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