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대량소비 시대가 닥쳤다. 하지만 불행히도 주인공은 한국의 주력인 ‘하이니켈 기반 삼원계’가 아니라 ‘리튬인산철 기반’이라는 게 거듭 확인된다. 이차전지는 양극재 성분에 따라 삼원계와 LFP 계열로 나뉜다. LFP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중국 굴기’의 상징처럼 된 차세대 기술이다. LFP는 삼원계에 비해 조금 낮은 에너지 밀도 말고는 가격·안전성·자원수급 등 전방위적으로 유리한 기술이다. e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전기에너지 저장장치 같은 대량 소비처가 존재한다는 것도 강점이다.우선 e모빌리티.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제작한 LFP 기반 ‘모델 Y’ 기본형을 앞세운다. 5699만원이란 역대급 가격으로 한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 현대기아차는 레이 전기차와 다른 전기차 하위 트림에 LFP 채택을 결정했다. LFP 위세는 안팎으로 위풍당당하다.
앞으로 e모빌리티와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에서 LFP와 삼원계의 비중은 7 대 3 정도가 될 전망이다. 우리 주력인 ‘하이니켈 기반 삼원계’조차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 외 지역에서 한국업체의 지배력이 지속해서 약화하고 있다. 우리가 유리할 듯했던 북미 시장에서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시되는 GM과 포드 전기차들의 시장 경쟁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한국이 주도하는 ‘하이니켈 기반 삼원계’ 천하가 사실상 ‘일장춘몽’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FP 이차전지’와 ‘소듐이온 이차전지’에 진지하게 대응해 최대한 빠른 제품화를 준비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차전지 시장에서 우리 지배력은 감소일로다. 우리나라가 뛸 때 중국은 날았다. 배터리 대량소비 시대 초입에 들어선 지금, 모바일 IT와 e모빌리티에 이어 ‘전력망 연결 배터리’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간 시장을 다 뺏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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