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칼럼] 시보다 아름다운 한마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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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맑고 정확한 새 언어로 시작하고 싶은 당신에게.

언어는 눈과 같다. 흐린 눈으로 진실과 아름다움을 투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한 사회의 타락은 곧 언어의 타락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그동안 공포와 불안을 퍼뜨려 사람들을 두렵게 만든 독재 정권을 여러 번 보았다. 비겁한 침묵을 괴로워하며 보냈던 그 젊은 시간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부끄럽고 아프다. 문정희ㅣ시인·동국대 석좌교수 한 해의 시작이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하얀 눈 위에 미래처럼 새 발자국을 찍으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유난히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새해 첫발을 내딛는 심정이 어느 성소에 들어서듯 사뭇 설레고 조심스럽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발자국은 언어의 발자국이다. 진정한 어른 됨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가운데 놀랄 만큼 무거워지는 나이가 또한 숙연하다.

혹독하고 힘든 시간이 일대 전환의 계기가 되어 새로운 가치를 앞당기는 수레바퀴의 역할을 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이 뜻밖에도 여성의 사회 진출에 박차를 가한 대전환을 이룬 것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동안 가사 관리와 육아가 천직이었던 여성이 집 안의 존재에서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온 때가 바로 두 전쟁을 통해서였다. 전쟁터로 나간 남성들을 대신하여 군수물자와 생필품을 만드는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피 흘리는 군인들에게 주사를 놓고 붕대를 감기 시작했던 것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앞당긴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를 멈춰 세운 이 불행한 전염병 사태는 어떤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인가, 여러모로 성급한 기대와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새해에는 신문의 언어도 건강한 생명의 언어로 더 많이 채워지기를 소망해 본다. 사건과 사고로 얼룩지고 갈등과 비판의 언어로 가득 채워진 핏발 선 신문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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