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한 엘리트 간첩 정경학 체포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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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씨(가명)는 어떻게 국정원 직원을 만나 간첩 검거 작전에 관여하게 됐을까. 그는 “간첩인 것을 알았으면 국정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방첩훈련도 받은 적 없는 자신이 간첩을 국내로 유인한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인정을 원하고 있다.

2006년 8월 국가정보원은 북한 엘리트 출신 직파간첩 정경학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DJ 정부에 이어 북한과 화해모드를 이어가던 참여정부에서 처음으로 검거한 직파간첩이었다. 정경학은 2006년 7월 31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호텔 로비에서 체크아웃을 하던 중 잠복해 있던 경찰과 국정원 직원들에게 검거됐다. 그는 인천공항을 통해 라오스로 출국하려던 참이었다. 국회 정보통신위원회를 통해 알려진 정경학은 김일성종합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김일성정치대학 연구원 과정 및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다.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은 전문 공작원 양성기관이다. 그는 1996~1998년 세 차례에 걸쳐 남한에 잠입해 용산 미군부대 등 주요 시설을 촬영해 북한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체포 전까지 미국계 태국인으로 신분을 위장했다.국정원의 검거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베테랑 간첩이 어떻게 이토록 쉽게 체포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틀 뒤 2명의 남성이 박씨를 찾아왔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그들은 박씨에게 “일을 해줄 게 있다. 사업이라 생각하고 해보시라. 국가에서 나온 돈을 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몇 주가 흐른 뒤 또다시 국정원 직원 4명이 박씨를 찾았다. 그는 박씨가 기록해둔 필리핀 현지 체류 한국인들의 연락처 가운데 끝자리 ‘3266’번을 가리키며 “이 사람을 한국으로 데려와 줄 수 있느냐”고 했다. 박씨는 길버트를 이용해 맥스를 한국으로 유인하기로 했다. 길버트는 당시 소유하고 있던 종합병원 3곳 중 한 곳을 한국인에게 팔고 싶다는 의향을 박씨에게 내비쳤다. 박씨는 평소 친분이 깊은 지인을 병원 투자자로 꾸며 길버트를 속였다. 다음은 맥스를 유인해야 했다. 직접적으로 “같이 한국으로 가서 투자자들을 만나보자”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박씨는 맥스가 간첩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지만 국정원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위험한 인물’일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박씨는 길버트를 이용했다.

박씨는 국가를 상대로 북파간첩 검거유공 보상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2011년 11월 전부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됐다. 국정원이 2006년 3~8월 작전에 투입한 비용의 일부인 1550만원을 박씨에게 지급했고, 박씨가 간첩이 체포되도록 협조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국정원이 민간인에게 간첩을 유인하도록 작전을 세우고 지시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국가정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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