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계가 벌어지고 있는 누사프니다 삭티마을의 광장. 동물권을 생각하면 몹쓸 짓이지만, 이방인이 타 지역의 오랜 문화를 함부로 비판하면 안된다는 것 역시 문명인의 상식이다.
하지만 가축, 즉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동물이라는 개념이 남은 시골에선 다르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고귀함을 구분 짓는 건 먹거리의 유통과정을 처음부터 고스란히 지켜보고 때로 직접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감각일 것이다. 이방인이 타 지역의 오랜 문화를 함부로 비판하면 안된다는 것도 문명인의 상식이다. 방금 돈을 잃고 실망해서 어깨가 축 처진 노인의 안쓰러운 뒷모습을 보면서, 트럭 안의 이방인들은 동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광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도로가 정체된 틈을 타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트럭에서 내렸다. 신발을 다이빙센터에 벗어두고 왔기 때문에 맨발로 걸어야 했다.
이런 말을 하긴 쑥스럽지만 내가 이 동네에서 좀 유명하다. 얼마 전 이웃이 수영장 공사를 한다고 업자를 선정하는데 누가 내 이름을 대면서 내 집 수영장도 자기가 지을 거라고 하더란다. 나는 수영장은커녕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인데. 그 얘길 전해들은 나는 은근히 기뻤다. 친구에게 물었다.“마을 사람들이 매달 주민세를 걷으면서 이름을 적어 가잖아. 게다가 너는 유일한 한국 사람이니까 기억하기 좋지.”어딜 가나 시골 사람들은 이방인에게 관심이 많다. 여기선 내가 유일한 동아시아인이라 서양인보다 더 튀는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마 그 건설업자도 별 생각 없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민자의 이름을 댄 것이리라. 불편하거나 못마땅해할 건 없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 중 한 군데서 자랐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는 말씀하셨다.안타까운 대한민국 근현대사여. 아무튼 남의 나라, 남의 땅에 이방인으로 살면서, 나는 자주 어린 시절 그 말을 떠올린다.
시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텃세는 그 터에 더 오래, 잘, 강하게 뿌리 내린 존재와의 협력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빠르다. 사장은 그렇게 했다.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밤새 몽둥이를 들고 보트를 지키는 대신 평소 뒤를 봐주는 일종의 ‘어촌계’ 같은 집단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들은 걸핏하면 새로운 명목으로 비공식 세금을 만들어 청구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런 식의 지역자치 시스템은 시골살이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든, 하지만 작동원리를 이해하면 생활의 많은 문제를 편리하게 해소할 수 있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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