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할 울은 답답할 울이기도 하다. 형성문자이지만 29획이나 되는 이 한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숨 쉴 틈도 없는 빽빽하고 곤란한 상태가 느껴지니 상형문자인가 싶기도 하다. 좀체 빠져나갈 곳이 안 보이는 우울함,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은 병이 되곤 한다. 각자에게 우울과 억울의 이유는 1000만 가지겠지만 정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에는 정치로 잘 풀리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다.
무엇보다 텃밭은 ‘연결’을 느끼게 한다. 계절과 작물이 연결되고 흙 속 미생물과 열매가 연결되고 나와 자연이 연결되고 텃밭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연결된다. 그 연결은 노동시장에서 얻어낸 화폐를 지출해 규격화되어 선별 포장된 상품만을 고를 수 있는 소비자인 내가 아니라 스스로 일구고 거두고 나누고 성공하지만 그만큼 실패하고 고민하는 나와 우리로서의 감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파트타임 아마추어 농부는 기후와 먹거리 위기가 시나브로 자기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두 텃밭으로 가자. 마침 버드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고 땅에서 뭐든 튀어나오는 시기다. 땅이 없으면 스티로폼 화분이라도 장만하고 친구네 밭에라도 놀러 가고 그것도 어려우면 농민회의 꾸러미라도 신청하자. 물가 못 잡는 무능한 정부 비판을 넘어서 대파를 키우는 농민의 사정을 들을 수 있는 연결을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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