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하루살이의 춤

  • 📰 kyunghyang
  • ⏱ Reading Time:
  • 72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32%
  • Publisher: 51%

대한민국 헤드 라인 뉴스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놀라운 사실은 날개를 발명한 최초의 곤충이 하루살이라는 점이다. 석탄기 습지에서 영양가 높은 식물 포자를 먹으려는 일념으로 날개를 처음 펼친 이 사건을 시작으로 곤충은 공룡의 후손인 새가 나타날 때까지 거의 1억5000만년 넘게 지구의 하늘을 온전히 장악했다.”

오랫동안 동서양 사람들의 눈에 고작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미물로 낙인찍힌 하루살이는 물 근처에 사는 까닭에 수서곤충으로 분류된다. 하루살이 애벌레는 맑고 차가운 민물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고 여러 차례 탈바꿈을 거듭하면서 몸집을 키운다. 이들 애벌레가 물을 박차고 나와 날개를 펼치는 순간은 대개 초여름날 어스름할 무렵이다. 하루살이가 날 저무는 시간을 노린 이유는 날개가 완전히 성숙하려면 하루를 더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포식자들의 눈을 피하는 한편 어둡고 적요한 틈을 타 날개 근육에 힘을 끌어모을 시간을 벌려는 의도다. 그러므로 이즈음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하루살이를 보거든 그 ‘하루’살이가 이름과 달리 험한 지상에서 간밤을 무사히 넘겼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하루살이는 순전히 번식을 위해 창공을 비상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혼자가 아니라 무리 지어 춤을 추는 것일까? 짐작하다시피 이는 암컷의 시선을 끄는 동시에 무리의 크기를 키워 새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집단의 안전을 꾀하려는 수컷 하루살이의 전술이다. 암컷이 무리 사이를 지나가면 눈 좋은 수컷이 꼬리에 달린 긴 다리로 암컷을 낚아채고 잽싸게 정자를 전달한다. 정자를 받은 암컷은 물에 내려앉아 떠다니며 알 낳을 곳을 찾는다. 물고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운 좋은 몇몇 암컷은 알을 투하하고 죽는다. 물속에서 ‘일 년 넘게’ 삶을 영위한 하루살이는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려는 단 하나의 목표를 달성한 뒤 바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모든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 오직 이 한 가지 일에 전념하느라 하루살이는 먹지도 않는다. 아니 못 먹는다. 아예 입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성충들은 애벌레와 식단이 전혀 다르다. 뽕나무 이파리만을 먹는 누에가 자라 나방이 되면 곡기를 끊고 다만 짝을 찾아 알을 낳는다. 나비는 꿀을 탐하지만 애벌레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뭇잎을 사각댄다. 얼핏 보면 인간도 그렇다. 우리는 젖당이 주성분인 젖을 먹여 신생아 뇌세포 수를 네 배 늘리고 장딴지 근육을 키워 기어코 두 발로 걷게 만든다. 따라서 어른 사람이 송아지 젖을 먹는 행위는 생물학적 일탈이다. 이처럼 애벌레와 성충은 먹는 음식물도 다르지만 먹이를 얻는 장소도 떨어져 있다.

하루살이의 춤에서 또 하나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그들의 날개이다. 하루살이와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생명체는 잠자리이다. 물론 두 쌍의 온전한 날개를 가진 잠자리와 달리 하루살이는 뒷날개가 거의 퇴화하였거나 아주 작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날개를 발명한 최초의 곤충이 하루살이라는 점이다. 3억년을 유구히 날갯짓을 이어온 하루살이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화석이다. 양치식물이 하늘을 향해 몸통을 솟구치던 석탄기 습지에서 이파리 뒷면, 영양가 높은 식물 포자를 먹으려는 일념으로 하루살이가 날개를 처음 펼쳤을 때만 해도 하늘은 텅 비어 있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곤충은 이후 공룡의 후손인 새가 나타날 때까지 거의 1억5000만년 넘게 지구의 제공권을 온전히 장악했다.

잘 알려졌듯 곤충은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근육을 가득 채운 가슴 양옆으로는 두 쌍의 날개를, 아래로는 다리 세 쌍을 갖추면서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구가하기에 이른 것이다. 어림잡아 100만종이 훨씬 넘는 곤충은 머리에는 뇌와 입을, 가슴에는 운동기관을 그리고 배에는 근육 때문에 미처 자리 잡지 못했던 순환계와 호흡계 및 소화기관을 욱여넣은 몸통 설계를 완성했다. 다리 한 쌍을 변형시켜 먹잇감을 포획하는 사마귀 같은 곤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원형을 거의 바꾸지 않은 채 오늘날에 이르렀다.

 

귀하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귀하의 의견은 검토 후 게시됩니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 14.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 공사장 옆 학교 건물에 금 ‘쩍쩍’…학생 대피[앵커] 부산의 한 대규모 아파트 공사 현장과 맞붙은 고등학교 건물에서 며칠 전부터 벽면이 갈라지는 등 ...
출처: KBSnews - 🏆 21.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인천서 신호 위반 SUV, 승용차 충돌 후 전도…4명 다쳐오늘(16) 오전 0시 7분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사거리에서 직진하던 SUV 차량이 다른 방향에서 직진하...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무례한 대응에 대해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합니다. 일본 정부의 병신행동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슬프게 느낍니다. 이건 번역기 사용이에요
출처: KBSnews - 🏆 21.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지하철서 담배 피우고 침 찍···말리자 'XX 꼰대'란 '빌런' (영상)'XX 도덕 지키는척한다. 나이 X 먹고' 지하철 담배 수유 이화면 보고 가장 놀랐던것은 흡연자의 무식함 ( 간접흡연의 피해를 진정 몰르는것 같더라 ) 과 말리는 사람과 흡연자간의 서로 예의와 공손이 적정선상에 존재했다. 충격이었다. 싸가지가 바가지. 이준석 영향이냐? 준석이 싸가지 떠올리게 하네
출처: joongangilbo - 🏆 11. / 5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속보] 구미 여아 친모 측 '키메라증 자료 제출 검토'구미 여아 친모 측 '키메라증 자료 제출 검토' ** 키메라증후군 : 한 사람이 두가지 유전자 형태를 가지는 현상.
출처: SBS8news - 🏆 4. / 6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현장영상] 문 대통령, 한-스페인 관광산업 라운드테이블 참석[앵커]스페인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양국의 관광분야 전문가와 기업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한-스페인 관광산업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고 있습니다.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 이후 양국 관광산업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입니다.현장 연결해서 문 대통령의 연설 직접 들어...
출처: YTN24 - 🏆 2. / 6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60대 택배기사, 경사로에서 내려오던 자신의 차량에 깔려 숨져
출처: busantweet - 🏆 10. / 59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