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떤 두 지역을 잇는 도로를 건설하려 한다. 두 지역 주민이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삶의 질이 높아지고 지역발전과 소득증대로 이어지리라는 설명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언뜻 좋은 사업처럼 보이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도로를 만드는 데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만일 도로를 통해 얻게 되는 편리함이나 이득이 도로 건설 비용보다 적다면 이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득이 실보다 많은 다른 사업에 그 돈을 써야 한다.이런 방식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비용-편익 분석’이라고 부른다. 비용-편익 분석의 기본 원리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비용-편익 분석의 기초 개념을 서술한 부분은 그다지 길지 않다.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서 견주어 보고 판단한다는 것 이상으로 설명할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편익 추정이 쉽지 않다. 도로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가늠하는 것은 복잡할지는 몰라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반면 도로 건설이 가져다주는 편익을 가늠하는 것은 훨씬 힘들다. 그나마 도로는 유사 사례가 많고 추정 방법론이 잘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경제적 편익 추정치를 도출하는 작업이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박물관 건설을 통해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증진한다거나 기초과학 관련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의 수준을 제고하는 사업의 편익이 얼마인지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이런 복잡함의 틈새를 파고드는 정치적 고려는 문제의 어려움을 배가한다. 비용과 편익을 적절하게 정의하고 평가할 수 있더라도, 그래서 어떤 도로가 사회적으로 충분한 편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이 명백하더라도, 정부는 이런 결과를 무시하고 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권당 또는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유력 정치인의 압력 등으로 인해서다. 이득보다 비용이 큰 사업을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손실이지만, 정치인들은 지역 주민이 좋아할 대규모 사업 유치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행위를 서슴지 않기도 한다.예비타당성 조사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1990년대 말에 도입한 제도다. 예비타당성이란 타당성 조사 이전 단계의 조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공공사업의 타당성을 해당 업무 담당 공무원이 평가하고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데, 그 이전에 관련 전문가들이 먼저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예비’ 타당성이라고 부른다.
둘째, 예타를 공투가 일방적으로 수행하는 평가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는 예타의 진행 과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예타 대상 사업은 지자체나 정부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사업 추진 신청을 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사업 신청서에는 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지,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인지, 그리고 사업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이런 내용이 부실할수록 해당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기 어렵다. 사업추진 주체가 얼마나 사업을 잘 이해하는지, 그리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는지가 성공 여부에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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