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록펠러센터와 US스틸

#1989년 10월 31일 뉴욕타임스 1면에 ‘일본인, 뉴욕의 상징을 사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맨해튼 한복판의 록펠러센터 를 일본 기업 미쓰비시 가 사들였다는 내용이었다.소니가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반일감정으로까지 번졌다. 지금은 할리우드 영화의 빌런이 대부분 러시아인, 중국인이지만 당시엔 일본인 재벌이나 야쿠자였다. 의회에서도 일본 자본의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지난 10일 백악관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노동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였다.

노조는 차라리 미국 회사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새 주인이 되길 바랐지만, 반독점법에 걸려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한 세기 이상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이던 US스틸을 미국 회사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지난주 만난 한 전직 미국 관료는 록펠러센터 매입 때와 지금의 일본은, 미국에 전혀 다른 나라라고 말했다. 바이든도 선거를 앞두고 노동자 표를 의식해 그런 것이지, 연말 이후 US스틸 합병 작업은 급물살을 탈 거라고 봤다.실제 정상회담 직후, US스틸은 주주총회를 열고 일본제철과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심사가 남았지만, 동맹국과의 거래를 막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30여 년 전 ‘엔화를 앞세운 침략자’였던 일본은, 이제 중국이란 더 큰 빌런에 함께 맞서는 동맹군으로 미국 시장에 다시 스며들고 있다.

록펠러센터 US스틸 미쓰비시 조 바이든 기시다 후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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