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앞마당에는 요즘 고사리가 자라는데 겨우내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땅속에 잠들어 있던 고사리가 날이 따듯해지자 기지개를 켜듯 순이 올라오더니 한 줌 햇빛으로도 매일 무서운 속도로 잎을 펼친다.
나는 아침마다 고사리를 관찰하면서 조급함과 두려움 때문에 매일의 작업을 해치지 않으려 애쓴다. 다음 책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충분히 가져야 하니 인내심을 갖자고 스스로 다독인다. 글쓰기에 이토록 헌신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 채로, 그 끝에 뭐가 있는지 모른 채로 그런다. 고사리는 자신이 언제 새순을 틔울지 알지 못해도 때가 되면 피고, 자꾸 시선을 빼앗기는 프랙털 구조의 잎을 스스로 디자인하지 않았어도 그렇게 자란다. 다만 고사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간이다. 그 공간이 고사리가 자라기 적합한 환경이라면 더욱 좋을 테다. 어디서 자라느냐에 따라 잡초로 여겨져 뿌리 뽑힐 수도 있고 충분한 지지와 돌봄을 받으며 자기 가능성을 맘껏 펼칠 수도 있다. 왜 버즘나무처럼 커지지 않냐고, 왜 지빠귀처럼 지저귀지 않냐고 누구도 묻지 않는 곳이 고사리에게 필요하다.
내 창의력을 직접 피워내는 것은 즐겁더라도 고단함을 건너뛸 수 없지만 타인이 자신이 지닌 창의력을 피워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움만 있어 좋다. 꾸준히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그런 순간을 목격하는 행운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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