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실에서 천명선 교수가 애니멀피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돈된 연구실 한쪽에 깨끗이 씻어 엎어둔 고양이 밥그릇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하루 두 번, 교내 길고양이 밥 주는 일은 천명선 교수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수의과대학에서 만난 천 교수가 6마리의 밥그릇을 양손에 척척 쌓아서 들고 나갔다. ‘앵벌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늦은 오후 햇살을 붙들고 있다 달려 나와 천 교수의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10여 년 전 고양이 ‘다다’를 시작으로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비로소 그는 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이론이 아닌 실제로 이해하게 됐다. “배우면서 키웠어요. 이론적으로는 다 알고 있는데, 직접 같이 사는 건 특별하단 느낌이 들었죠.” 그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파고든 수의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수의학, 공중보건학, 수의역사학을 공부한 그는 지금 대학에서 수의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인간은 우주에 혼자 떠 있지 않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원헬스 개념이 언급되는데, 원헬스란 무엇인가요? “그동안 질병이나 건강을 굉장히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했는데, 이걸 좀 한걸음 떨어져서 본다고 생각하면 돼요. 인간이 우주에 동동 떠서 혼자 있는 게 아니라, ‘환경’이라고 생각했던 아주 많은 존재랑 접하고 있는데, 그 접점에 건강·질병 문제가 있는 거죠.” ―관점의 전환 같은 거네요. “예전에는 인간에게 해를 줄 수 있는 병원체가 있다면 이걸 싹 없애면 끝이었어요. 발원지가 숲이었으면 숲을 태워버리고, 동물이면 동물을 죽여버리는. 그렇게 인간 중심적으로 했더니 우리가 놓치는 게 많고,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 우리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원헬스란 굉장히 좋은 그림이에요. 그런데 실현이 잘 되고 있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게 왜 사회문화적으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보고 있어요.
인간과 동물을 ‘접점’이 중요 ―원헬스가 미리 도입됐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도 하던데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수의사들이 증거로 내놓는 게 사람 피해가 확 퍼지기 전에 반려동물에게서 먼저 보였다는 건데요. 동물 사례를 들여다보면 데이터가 더 풍부해져요. 예를 들어 사람의 경우에는 아이들과 같이 있었던 그룹, 아닌 그룹을 나눠서 분석하기도 했잖아요. 여기에 위험에 노출된 반려동물도 들어간다면 훨씬 풍부한 데이터로 사건을 재구성해볼 수 있는 거죠. 환경 위해는 딱 사람만 집어서 발생하지 않거든요. 인간 말고 다른 존재도 봐야 하죠. 그런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더 조사해야 한다고 봐요.” ―원헬스로 인수공통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생각나는 질병을 말해보세요.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잖아요. 우리에게 최근에 문제가 됐던 게 스와인인플루엔자와 a, b형 인플루엔자가 있죠.
생각의 범주가 넒어지는 것 ―원헬스가 정책적으로 잘 반영되면 동물이나 환경에도 이득이 있는 거죠? “당연히 이득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 지금까지는 혹시 동물한테 위험이 생기면 사람에게도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바꿔놓고 생각하면 동물이 위험하지 않으면, 사람도 그럴 수 있다는 얘기예요. 동물이 왜 위험에 빠졌는지, 동물이 왜 질병에 걸렸는지, 사람이 서식지를 파괴했을 때 얘네들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 활동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하는 거죠. ―인간을 생각하는 게 동시에 동물을 생각하는 거네요. “인간이 생각해야 하는 범주가 아주 넓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전염병에서 시작된 이 개념이 동물 복지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보건 쪽에서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요소들이 보이고,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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