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화장실 벽에 작은 구멍 두 개가 뚫려 있었다. 사람 허벅지 높이, 화장실 변기 바로 옆이었다. 숙소 밖에서 몸을 웅크리고 앉으면 두 눈이 닿는 위치다. 화장실에서 몸을 씻는 모습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지점이기도 했다. “사장님이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 구멍으로 화장실 안을 훔쳐봤어요.”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쏘반과 썸낭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둥글게 말아 쥔 손바닥을 망원경처럼 두 눈에 갖다 댔다. 지난 2월11일 쏘반과 썸낭은 한국에 들어왔다. 농축산업 분야에서 3년 동안 일할 수 있는 E-9 비자를 받아 전북 익산에 있는 한 딸기 재배 농장에 취직했다. 농장 숙소는 딸기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바로 앞에 있었다. 잠을 자는 공간은 5평 남짓한 컨테이너였다. 부엌과 화장실은 컨테이너 옆에 샌드위치 패널을 덧대 만든 공간이었다. 화장실 바닥은 시멘트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변기 하나, 물을 받아서 쓸 수 있는 고무 대야 하나가 전부였다.
두 사람이 “사장님 사인 안 해주면 고용센터 가요”라고 말하고 나서야 그는 손을 내저으며 “가버려”라고 소리쳤다. 메싸네 사장이 두 사람을 뒤따라 숙소로 들어왔다. 최씨 대신 메싸네 사장이 쏘반과 썸낭을 마주하고 앉아 마지막 월급을 정산했다. 시급 9160원, 하루 8시간씩 19일 동안 일한 139만2320원. 여기에 월세 10만원을 뺀 129만2320원이었다. 매일 적게는 30분, 많게는 2시간 가까이 추가로 일한 시간은 계산되지 않았다. 마지막 월급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이들은 이튿날 농장을 떠나 익산고용센터에 최씨가 작성해준 외국인근로자 고용변동신고서를 냈다. 익산고용센터 담당자는 이들이 “임금 감소 같은 회사 사정으로 퇴사한 것으로 돼 있다”라고 확인해주었다. 이주노동자 사건을 자주 담당한 홍성민 노무사는 고용주의 서명이 들어간 서류가 절대적 힘을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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