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은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로 붐볐다. “9번 손님, 음식 나왔습니다.” “다 드신 음식은 퇴식구에 놓아주세요.” 직원 김모씨가 주문을 확인하며 테이블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엌에선 임예찬씨가 설거지한 식판을 차곡차곡 포갰다.
임씨는 과거 인쇄소·공장에서 일할 때 일 속도가 남들보다 느려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업무 숙달이 더뎌서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된 다음 자신이 경계선지능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임씨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한 달 일하다 보니 익숙해졌다”며 웃었다. 조재현씨는 이곳이 첫 일터다. 조씨가 학습에 어려움을 겪으며 취업하려는 뜻을 접으려던 차에 복지관에서 일자리를 제안했다. 조씨는 “응대 메뉴얼을 외우는 게 어려웠는데 손님들이 많이 오면 뿌듯하다”며 “나중에는 다른 식당에서도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경계선지능인에게 취업은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6월 국회입법조사처가 IQ분포로 추정한 국내 경계선지능인은 약 7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3.6%에 해당한다. 이들은 학습이 더딘 탓에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느린학습자시민회의 ‘청년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청년 35명 중 취업한 이들은 10명 정도다. 그마저도 절반 이상이 쿠팡 등 단기 일자리라고 한다.제도적 지원도 미비하다. IQ가 70이하면 발달장애에 해당하지만 경계선지능은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 의무고용·취업 가산점 같은 지원은 받지 못한다. 이들에 대한 고용 통계도 따로 없다. 느린학습자시민회 관계자는 “대부분 구직 의욕은 크지만 취업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면서 “직장을 구해도 다른 직원과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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