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살인’ 아버지의 뼈저린 참회…과연 그만의 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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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살인’ 아버지의 뼈저린 참회…과연 그만의 죄일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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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카키색 ...

2022년 5월 장애인 가정에서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반복되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마련했다. 한 시민이 참사 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카키색 수의를 입은 초로의 남성은 지난 5월 3일 대구지방법원 11호 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했다. ‘반성과 참회’를 되풀이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커졌다. 마지막은 울음이 섞인 절규에 가까웠다.

이후의 돌봄도 A씨의 몫이었다. 아내는 이 무렵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을 시작해 평일에는 직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주말에만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장기간 고된 노동으로 양 무릎이 퇴행성관절염 4기 진단을 받아 키가 큰 아들을 돌보기 어려웠다. A씨는 아들을 재활병원에 입원시키고 재활에 몰두했다. 일을 그만두고 24시간 병원에 머물면서 A씨의 심신도 많이 상했다. 병실의 보호자 간이침대에 머물다 보니 허리가 아팠다. 바깥출입이 줄다 보니 우울증도 생겼다. 이때 생긴 우울증은 이후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누워서만 생활하던 아들은 욕창이 생겨 울기도 많이 울었다. 거듭된 재활 끝에 아들은 왼손과 왼발을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입원 생활 6년 만에 A씨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비극은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 자동차를 팔고 조용히 신변을 정리한 A씨는 유서를 썼다. 아들이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10년간 아들을 돌봐준 복지관에 재산 일부를 기부해 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사건 당일 오후 7시쯤 집에 돌아온 B씨는 이미 숨을 거둔 아들과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유족인 동시에 가해자의 아내인 B씨는 법정에서 “이 사람 정말로 우리 아 키우면서 애 많이 먹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재활치료를 계속 맡겨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너무 정말로, 너무너무 힘들게 아를 키웠습니다. 저는 아파가지고 아를 돌볼 수 없었습니다. 자기 죽으면 이 아를 키울 수 없다는 그런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불쌍하게 살았던 사람입니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피고인석 책상 위에 올린 두 팔에 고개를 파묻었다.

실제 2019년 8월 울산에서 일어난 사건은 비슷한 경로를 그린다. 30대 어머니가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아홉 살 딸을 전업으로 돌보다 살해했다. 자신도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어머니는 사건 2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 2019년 초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충격을 받은 남편이 공황장애로 입원했고, 아내의 돌봄 부담·생활고가 가중됐다. 그리고 몇 달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후 병원에서 “나 혼자 가면 안 되니까…. 같이 데려가려고…. 케어할 사람이 없으니까…”라고 했다. 연구자들은 장애인 가족의 돌봄 전담이 사회 구조적으로 사실상 강제됐다고 본다. 이민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정책연구센터장은 “한국에서 장애인을 주로 가족이 돌보는 경향성을 유교문화권의 가족주의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권이 다른 그리스나 남유럽에서도 가족 안에서 장애인 돌봄이 이뤄지는 현상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공적 지원이 부족하거나 공적 지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우리 사회의 가족 돌봄 경향도 문화나 내재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공적 지원의 부족이나 지원체계에 대한 신뢰도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봐야 한다. 돕는 제도가 있어도 장애인을 믿고 맡길 수 없으면 결과적으로 가족이 안고 가는 경향이 있다. 제도를 이용해봐도 안 되니까 ‘내가 돌볼 수밖에 없구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충분치 못한 예산은 심사 과정도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용자가 신청하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인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진행한다. 가구원 구성과 가족의 사회생활 여부를 조사하고, 목욕·배변·음식물 넘기기·대중교통 이용 등 21개 항목에 대해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한지를 조사한다. 독거가구나 취약가구일 경우, 가구원들이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가점이 주어진다. 그러나 가구원 중 한 명이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돌봄에 전담하는 경우는 가점이 없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장기간 돌봄으로 심신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인 보호자들, 잠깐의 휴식이 필요한 이들이 지원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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