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마다 찬바람이다. 소비자물가는 먹거리 물가를 따라 뛰고, 국제유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변동성이 높아졌다. 대출금리가 오르니 지갑은 얇아지고 소비는 더 줄어든다. 주문처럼 외우던 ‘상저하고’ 전망은 물 건너갔건만, 정부는 여전히 ‘반등’의 꿈을 꾼다. 소비·투자·수출 ‘트리플 위기’에도 건전재정만 고집하는 ‘천수답’ 대책, 언제까지 계속할까. 인천 연수구에서 PC 80대를 두고 PC방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크게 오른 전기요금과 대출이자 때문에 요즘 잠을 설친다. 1년 전 여름 월 240만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올해 320만원까지 뛰었다.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참 잘 나갔을 때와 비교하면 60~70% 수준이다. 이씨는 “24시간 영업하는 PC방은 전기료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매출에서 공과금과 인건비 등 고정지출을 제외하면 월 200만원 정도 손에 쥔다”고 했다. 3~4년 전 7명이던 직원 수는 현재 5명으로 줄었다.
들썩이는 국제유가도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다. 수입 원유가격의 기준인 두바이유 산유국들의 감산 영향 등으로 지난 8월 1배럴당 평균가격은 86.46달러에서 9월 93.25달러로 7.9% 올랐다. 지난 10월 18일 평균가격은 1배럴당 89.84달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은 더 커진 상태다. 국제금융센터는 10월 16일 “사태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 호르무즈 봉쇄 등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35％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통상적인 전쟁 프리미엄 20달러를 크게 웃돌면서 최고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금리는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0월 11일 미 연준이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다수 참석 위원은 현 5.25~5.50%인 기준금리를 1회 추가 인상하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금리와 고물가는 가계 이자 비용을 늘리고 실질소득을 줄여 내수의 발목을 잡는다. 대표적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에서 확인된다. 10월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102.6으로, 1년 전 108.2와 비교해 5.2% 하락했다. 7월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자, 코로나19 확산 때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해외기관의 진단은 달랐다. 지난해 7월부터 5차례 연속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국제통화기금은 10월 10일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1.4%로 유지하면서도, 내년 전망치는 기존 2.4%에서 0.2%포인트 낮춘 2.2%를 제시했다. IMF는 반대로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1.4%에서 2.0%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건 경제협력개발기구도 마찬가지다. OECD는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5차례 연속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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