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국기 위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놓여 있다. 유럽의약품청은 지난 4월 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크다면서 성인 대상 접종 권고를 유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무역기구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의 일부 규정을 일시 유예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백신 등 의약품·의료기술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공유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가 트립스 일시 유예를 제안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이에 대한 지지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들이 강제실시를 하고 싶어도 생산시설이 없어 한국이나 인도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의약품 강제실시에 관한 조항 자체가 매우 복잡해 현재의 트립스 하에선 강제실시로 백신을 수출할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면서 “트립스 협정에 따라 강제실시할 때 경제적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태국에서 에이즈 치료제를 트립스 협정에 따라 강제실시를 했음에도 미국 정부가 무역 보복에 나선 사례가 있다. 국제사회가 트립스 유예에 합의한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의약품 강제실시를 위한 국내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절차와 시간도 개도국 입장에선 부담인데 특허권 유예로 백신이 대량생산되면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아도 싼값에 백신을 수입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팬데믹을 끝내려면 백신의 공평한 보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다만 그 목적 달성에 뭐가 효과적일지 그 방안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백신 생산을 확대하려면 생산기술 이전도 필요한데 웨이버를 통해서 이것이 즉각적으로 가능한지 회원국들이 제약업체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웨이버가 생산확대로 즉각 이어지는 효과가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혜진 연구위원은 “유예를 합의한 이후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차례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전문가 사이에선 특허 면제가 백신 개발의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백신 특허 정지로 단기간에 생산을 늘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전 세계 80억명 중 70%가 2회 접종을 받으려면 총 100억~120억개의 복용량이 필요하다. 속도와 품질이 필요한데 지적재산권 정지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백신 관련 지적재산권의 공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최홍조 교수는 공공 연구로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의 가격과 공급, 위탁생산 등에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상당히 많은 연구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허가 과정의 단축, 환자 모집 기간의 단축도 지원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비용이다. 엄청난 규모로 공적지원을 하는 만큼 그 결과물을 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한국은 총 9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2배가 접종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이다.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백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백신 국가주의로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산 백신이 ‘예비 백신’ 내지 ‘보험 백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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